푸틴 집권3기 개막..`강한 러시아 만들기` 계속된다

by민재용 기자
2012.03.05 11:08:15

反푸틴 정서 확산됐으나 야권 분열로 승리
기존 정책 고수할 듯..야권 포용이 최대 과제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대통령을 세 차례 연속해서 역임하는 것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밀려 지난 4년간 총리로 물러나 있었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대통령 집권 3기가 개막됐다.  

그러나 푸틴의 집권 3기가 이전과 달리 전 국민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출범하지 못하는 만큼 과거처럼 정국을 주도해 정치·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력을 신장시킨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와 동시에 공산정권 몰락 후 장기 집권을 계획하고 있는 최초의 독재자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에 대한 이러한 양분된 평가는 그가 걸어온 정치 인생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장을 지내던 푸틴이 지난 1999년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에 의해 총리 대행으로 발탁될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인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옐친은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조기에 퇴진, 그를 사실상 러시아 최고 국정 책임자 자리에 올려놨다.

2000년 대선에서 러시아 국민은 옐친의 후계자라는 사실과 그의 신선한 이미지를 반겨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푸틴도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켜 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집권 후 파산 위기의 러시아 경제를 연 7%의 고속 성장의 반열에 올려놓아 러시아의 구세주라는 칭송을 받게 된다. 특히 대외적으로 `강한 러시아`를 표방, 옛 소련의 향수에 젖어 있는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그의 인기를 반영하듯 푸틴은 2004년 대선에선 70% 이상의 득표율로 재선에 여유있게 성공한다. 집권 2기에도 푸틴은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을 통해 러시아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이 시기부터 러시아 정부가 야권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을 규제하는 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그의 높은 인기에 가려 국민적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푸틴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지만 푸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하원 총선 부정 선거 의혹으로 고조된 반 부틴 정서가 야권의 분열로 빛을 보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는 분열된 야권이 푸틴에게 승리를 반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집권 3기에서도 이전과 같은 정책 노선을 계속 견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 등 서방 세계가 패권을 쥔 현 국제정치 체계에서 러시아가 이들에게 끌려다니지 않도록 더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푸틴은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 또한 서방에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푸틴은 지난달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러시아의 군사예산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방에 비해 낙후된 산업을 단기간에 발전시키려는 국가주도형 경제 개발 즉 `국가자본주의 정책`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대선 전 한국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막대한 규모의 자본과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 분야서 정부가 주도로 나서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은 집권 2기에도 에너지, 항공, 정보통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국영 기업을 만들어 단기간에 낙후한 산업을 일으키려 했던 경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 퇴임-개헌-3선 성공-연임`으로 이어지는 그의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차츰 현실화되자 이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야권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당선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 연합은 5일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대회 이후 지속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집권 3기 최대 과제는 강한 러시아 만들기보다 반대파 끌어안기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