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수정 기자
2009.09.30 10:55:00
당국 "특별법·가이드라인 쉽지않아"..은행간 시각차도
발행비용 부담..국제 신용평가 상향 관건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은행권이 커버드본드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지만 채권 발행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들이 제기한 유동성 부족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도 관심도가 틀려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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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0일 은행권이 커버드본드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청한 것과 관련 "1년 전 `베스트 프랙티스`가 제시된 미국도 아직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은행마다 사정이 달라 구조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통일된 구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이 구조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기초자산과 발행한도 등의 구조를 직접 제시할 경우, 유동화증권(ABS)의 최대 강점인 자유로운 상품 설계에 제약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간 상황이 다르고 국내 은행 중에서도 카드자산 유무 등 자산 분포에 따라 기초자산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간 시각 차이가 클 것으로 감독원은 판단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사정이 다른 것은 사실"이라며 "커버드본드에 적극적인 곳은 2곳 정도이며 나머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보겠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커버드본드 특별법 제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증권업계 등에서 은행 채권 투자자들에만 우선변제권을 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특별법 제정이후에도 발행실적이 미미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등 분위기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 5월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지만 당시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보편적인 벤치마크로 삼기는 불가능하다"며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다면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커버드본드가 이대로 묻혀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 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IB들이 유동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량한 담보자산 구성에도 불구하고 발행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버드본드는 만기가 1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5년정도인 채권 만기와 불일치되는데다 국내 유동화자산(ABS) 유통시장이 전무해 만기전 현금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은행도 커버드본드 발행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외에 만기가 짧은 카드대출 자산을 담보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부족한 유동성에 대한 신용보강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이 지급보증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 은행에 부도가 났을 경우 공적기관이 커버드본드를 매입해줌으로써 위험을 헤지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기관의 지급보증을 받는다해도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더 높은 등급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지급보증 기관 역시 국가나 시중은행 등급인 `싱글 A`를 받을 것이고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아직은 해외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BS에 대한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유동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 "국가 기관을 끼고 채권을 발행하면 `트리플 A` 등급 상향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프라이싱에서 다소 유리한 점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