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분양가 인하.."효과 좋네"

by박성호 기자
2009.04.16 11:08:34

인근 집값보다 낮게 분양..수요자 `관심` 증폭
"금융비용 지불하느니 분양가 낮추는 것이 낫다"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 분양가를 낮춘 아파트는 성황리에 팔리고 있어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결제원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분양한 대우건설(047040)의 `효창파크 푸르지오`는 일반분양 133가구(특별공급분 제외) 모집에 972명이 청약, 평균 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효창파크 푸르지오`의 분양 성공은 개발호재가 많은 용산이라는 입지조건과 함께 3.3㎡당 1600만~2000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용산 한강로1가 대우월드마크용산의 3.3㎡당 매매가격은 2700만원선. 용산파크자이의 3.3㎡당 매매가격 역시 2800만원 선이다. `효창파크 푸르지오`의 분양가가 최고 1000만원 가량 낮은 셈이다.

계룡건설(013580)이 대전 유성구 학하지구에서 같은 달 분양한 `대전 학하 리슈빌 학의뜰`도 292가구 모집에 853명이 접수해 평균 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전 ‘리슈빌 학의 뜰’은 아파트 단지가 대전의 고급 주거단지로 평가받는 유성구에 위치한데다 지난 2007년 말 3.3㎡당 1000만원대에 공급된 인근 덕명지구보다 분양가가 100만원가량 저렴해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자 일부 업체들 역시 분양가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중 공급하는 인천 송도 `더샾 하버뷰Ⅱ`는 3.3㎡당 1200만원대에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3.3㎡당 최고 500만원 가량 싼 편이다.

이달 말 내달 초께 분양 예정인 청라지구의 여러 아파트도 분양가 인하를 모색하고 있다. 애초 청라지구는 올해 초 분양했던 인천도시공사의 웰카운티가 분양했던 가격(3.3㎡당 1100만~1200만원)과 비슷하게 분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1000만~1100만원 대로 분양가 인하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임대아파트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던 판교신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분양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1600만원선에 분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격은 올해 1월 분양해 결과가 좋았던 푸르지오·그랑블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인근 분당지역 주상복합아파트 매매가격(3.3㎡당 1800만~2000만원)에 비해 최대 400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최근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인하 전략은 변화된 마케팅 전략과 관계가 깊다. 미분양을 끌어안고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1000가구를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3.3㎡당 100만원 정도 분양가를 인하하게 되면 대량 300억~350억원 정도 수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인한 추가비용에 비해서는 건설사의 부담이 적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미분양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준공 후까지 미분양으로 남게 되면 건설업체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분양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오히려 분양가를 다소 인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은행권들이 건설업체들에 돈을 빌려주면서 시중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퍼져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청라지구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다소 부담이 있더라도 분양가를 인하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분양으로 업체 이미지가 나빠지고 막대한 추가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 분양을 빨리 끝내는 것이 업체로서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