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LG텔레콤 `정일재號` 어디로?

by이학선 기자
2006.11.03 11:34:10

후발사업자 한계 딛고 가입자 확보 주력..연말 700만명 예상
경영실적·주가는 제자리..비전제시·대외관계복원해야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LG텔레콤 `정일재호(號)`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남용 전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은 정일재 사장()은 지난 100일간 현장을 누비며 경쟁사에 비해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등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정 사장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경영실적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먹거리 창출, 정부와의 관계회복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26일. LG텔레콤 이사들이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모여 정일재 당시 (주)LG 부사장을 LG텔레콤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남용 전 사장 퇴임으로 생긴 경영공백을 메우고 LG텔레콤(032640)을 명실상부한 이통통신업계 3강의 반열에 올려놓을 적임자로 정 사장을 지목한 것.

그로부터 100일 뒤 가입자 증가세를 보면 `정일재호`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취임할 당시 681만명이었던 가입자는 석달 뒤 693만명으로 12만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50%인 SK텔레콤(017670)이 14만명, 2위 주자인 KTF(032390)가 8만명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후발주자로서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최근엔 연내 가입자 목표를 700만명으로 상향조정하고 추가적인 가입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사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어딘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가입자 확보에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지만, 이를 제외한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우선 경영실적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가입비포함)이 정 사장 취임당시 3만6995원에서 두달 뒤 3만6638원으로 떨어졌다. 3분기 전체매출액도 직전분기 수준을 제자리걸음하는 등 실속면에선 남용 전 사장 때와 큰 차이가 없다.

해지율이 높아지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2.9%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던 해지율은 9월 3.2%, 10월 3.3%로 조금씩 고개를 쳐들고 있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정 사장 선임 당시 1만원이었던 LG텔레콤 주식은 전날 1만500원으로 석달동안 500원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KTF가 150원 떨어진 것에 비해 양호한 성적이지만, SK텔레콤이 2만2000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현저히 드러난다.





아직 뚜렷한 비전 제시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쟁사들이 고속영상전화(HSDPA) 전국망 구축 등 차세대네트워크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텔레콤은 `EV-DO리비전A`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꺼내놓고 올해 투자비는 오히려 당초예상보다 줄였다.

후발사업자로서 가입자 확보가 시급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LG그룹 통신`3콤`의 맏형으로서 스스로의 비전제시가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선 정 사장이 대외관계에 조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내린다. LG텔레콤의 3분기 실적을 좌우한 정보통신부의 접속요율 조정 당시 LG텔레콤은 사후에야 접속료 인상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산업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로서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정 사장은 현재 현장방문과 팀별미팅 등 업무현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이 같은 `정중동(靜中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의 행보가 LG텔레콤 앞날에 어떤 밑거름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