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탈퇴시 분담금 반환, 어느 규정 따라야 할까[판례방]

by성주원 기자
2025.02.01 12:30:00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11)
자격 상실 당시 규정 적용…소급 불가
총회로도 환급 시점 늦출 수 없어
공동분담금 범위도 쟁점…재심리로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조합에서 탈퇴하거나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조합원이 납부했던 분담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조합과 조합원 간에는 분담금 반환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이 문제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하며, 혼란스러웠던 법률 관계를 명확히 했다.

사진= 챗GPT 달리
이번 사건은 김해시의 한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A씨 사이의 분담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15년 조합에 가입하며 5034만 원을 납부했지만, 2016년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다. 문제는 조합 규정 변경 시점이었다. A씨가 조합원 자격을 잃을 당시 규약(종전 규정)은 ‘탈퇴 시 환급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총회 의결로 따로 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반면, 이후 개정된 규약은 ‘사용 검사 완료 시(준공 시) 반환’하도록 명시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핵심 쟁점은 ‘어떤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가’였다. 법원은 ‘개정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정 규정에 따르면 분담금 반환 시점은 ‘준공 시’인데, 아직 준공이 되지 않았으므로 조합은 당장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조합 규약상 ‘공동분담금’ 공제 조항에 계약금과 업무대행비도 포함된다고 해석해, 사실상 조합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규정 적용 시점’의 중요성이다. 대법원은 조합원과 조합 사이의 법률관계는 ‘규약’에 따라 규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분담금 반환과 같이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더욱 그렇다. A씨의 경우, 조합원 자격 상실 시점에 이미 ‘분담금 반환 청구권’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후에 규약이 개정됐다고 하더라도, 소급해 개정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A씨에게는 ‘종전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

둘째, 기득권 보호의 필요성이다. 만약 조합이 총회 결의를 통해 환급 시점을 늦추거나 공제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규정을 변경하고, 이를 이미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에게까지 소급 적용한다면, 조합원의 기득권을 침해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소급 적용은 허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셋째, ‘공동분담금’의 합리적 해석이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공동분담금’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다. 1심과 2심은 계약금과 업무대행비까지 공동분담금에 포함된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하급심에 재심리하도록 했다. 향후 하급심에서는 계약금과 업무대행비가 ‘개별 분담금’인지 ‘공동 분담금’인지, 공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합리적인지 등을 다시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분담금 반환 소송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 규정 변경 시점과 소급 적용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조합원의 권리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조합원들은 탈퇴 또는 자격 상실 시, ‘자격 상실 당시의 규정’에 따라 분담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조합이 규정을 변경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조합원의 권리에는 소급해 불리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것이다.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규정 변경에 신중해야 하며,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규정 변경은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규약 개정 시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규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간의 ‘공정한’ 관계 정립에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하급심 재판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보다 합리적인 분담금 반환 범위와 시점이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