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언어, 음악" 첼리스트 강승민[이데일리 더클래식]

by이혜라 기자
2024.10.26 12:56:09

이데일리TV ‘당신을 위한 쉼표: 더 클래식’
첼리스트 강승민 인터뷰
10월29일(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개최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이데일리TV 방송프로그램 ‘당신을 위한 쉼표: 더 클래식’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음악세계를 소개한다.

전설적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수제자 다비드 게링가스. 그리고 게링가스의 마지막 제자로 계보를 잇고 있는 첼리스트 강승민. “내 음악은 그들의 뿌리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강승민의 모습은 담담하며 확연하다.

그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인 이번 연주도 같은 결을 담았다. ‘시대의 목소리를 담다’다. 쇼팽과 그리그의 음악으로 이 시대와 하루를 힘겨이 살아가는 이들에 위로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강승민은 “음악으로 개인의 삶 속에 있는 그리움과 슬픔의 정서를 위로하고 싶다”며 “음악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음악이란 언어의 힘으로 치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과 연주는 영상(유튜브 채널 ‘더 클래식: 당신을 위한 쉼표’)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강승민 첼로 리사이틀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예매 등 자세한 내용은 주요 예매처를 확인하면 된다.



△어렸을 적 화가가 되고 싶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다음으로 접한 것이 바이올린이었다. 조영미 선생님께 바이올린을 배우던 중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만났다. 한국에 내한한 전설적 첼리스트 므르시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한국을 찾았는데 연주를 보고 어린 마음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단숨에 첼로의 매력을 느꼈고 첼로에 입문한 계기가 그의 연주였다. 신기한 것이, 그의 수제자인 다비드 게링가스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첼로의 길을 걷고 있다.

결국 내 연주의 철학은 그분들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예술은 시대의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 영감을 받아 탄생해 왔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예술가들이 출세의 길을 가거나 혹은 투쟁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했다. 결국 예술가들과 예술은 그 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인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현시대를 반영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주제를 선정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해 전쟁의 시대의 살고 있다. 한국도 휴전국이다.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나라를 잃는 비통하고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현실의 일들을 작곡가들과 연계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하고 싶었다.



△개인의 삶 속에 있는 그리움과 슬픔의 정서를 위로하고 싶다. 음악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음악이란 언어의 힘으로 치유를 느끼길 바란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나에게는 음악으로 슬픔을 나누면 추억이 되는 것 같다.



△프로그램은 올해 초부터 진행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 초 라디오를 두 달간 진행했다. 한 코너에서 조국을 사랑한 작곡가를 소개를 했다. 이에 영감을 받아서 지난 5월 같은 주제로 쇼스타코비치 연주를 했다. 이번 독주회는 쇼팽과 그리그로 프로젝트의 여정을 완성하려고 한다.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많다. 쇼팽의 서정성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으로 북구의 쇼팽이라 불리운 그리그다. 또 두 인물의 시대적인 상황에 따른 일생이 닮았다. 쇼팽은 죽음에 임종하기 직전까지 조국을 밟아보지 못하고 심장만 조국에 가게 됐다. 그리그는 조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침략에 의해 조국의 문화와 언어를 통제받아야 했다. 그래서 그리그의 음악엔 더욱 조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묘사가 돼 있다. ‘잊지 말자, 나의 조국’ 이런 감정이다. 두 인물이 산 시대에 조국이라는 한 테마로 인해 그리움과 슬픔이 잘 묻어난다.

또 두 작곡가의 남겨진 유일한 첼로 소나타도 주목했다. 하나밖에 없는, 그래서 굉장히 그런 그리움의 그림자가 짙게 묻어나오는 음악이다. 슬픔을 투영하면 그리움이 비친다. 슬픔이라는 바탕에 그리움이 수채화처럼 번지는 음악들을 가진 두 작곡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첼로를 한 지 30년이 돼간다. 앞으로는 이 30년의 세월보다 더 많은 여정이 남아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초심을 잊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번아웃 되지않고 마음의 에너지를 오래 품는 것이 꿈이다. 음악과 첼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가질 수 있는 게 제일 큰 목표다.

10대, 20대는 끝장을 낼 것처럼 살아왔다. 이제는 마음의 방을 조금 더 크게 키우자는 생각도 든다. 여유를 갖추는 것이 음악에도 묻어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초연함과 태연함이 음악에도 묻어나고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일 때도 있더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정립하고 더 여유 있게 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의 에너지를 고르게 가져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