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루프트한자, 90억유로 공적자금 수혈 합의

by방성훈 기자
2020.05.26 09:48:16

국책은행 등에서 84억유로·민간에서 6억 지원받기로
정부에 지분 20% 매각…사실상 국유화 우려
정부 "돈 다갚으면 지분 매각"…경영개입 우려 일축
"獨전통기업·10만명 일자리 보호 우선"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코로나19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받기로 합의했다.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만큼 독일 정부가 루프트한자가 힘을 합쳐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90억유로(약 12조 18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기로 독일 정부와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이 57억유로를,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이 30억유로를 각각 수혈해줄 예정이다. 나머지 6억유로는 민간은행이 지원하기로 했다.

합의안에는 루프트한자가 지분 20%를 3억유로에 WSF에 매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회사가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가 5% 지분을 추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했다. 독일 정부는 2명의 감독위원도 파견하기로 했다. 독일 최대 항공사가 사실상 국유화되는 셈으로,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다만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가 지원받은 돈을 모두 갚고 회사 주가가 매입가보다 높아지게 되면 오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정부 지원은 제한적인 기간 동안만 이뤄질 것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하고 나면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며 정부의 경영 개입 우려에 선을 그었다.



독일 정부와 회사 경영진 간 합의는 이뤄졌지만 아직 이사회, 주주 및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EU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세계 민간 항공업계에서 독일의 위상을 유지하고, 코로나10 위기 속에서도 독일의 전통적인 기업이 경영을 지속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존토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자금이 독일 기업을 넘보지 못하게 막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