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가, 메르스 104번 환자 유족에 1억 배상하라"

by노희준 기자
2019.02.24 17:59:27

104번 환자 사망 유족, 손배소송 일부 승소
"메르스 역학조사 부실...국가 50% 책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가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건당국의 부실한 역학조사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인수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판사는 지난 21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씨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족에게 1억원의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 아내에게 국가는 3790여만원을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6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의 자녀 3명에겐 국가가 각 2160여만원씩을 주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는 2015년 5월 27일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메르스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려 그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2015년 9월 병원과 국가가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과 메르스 노출 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확대를 방지할 의무를 게을리해 A씨가 사망했다며 총 1억72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8층 병동의 입원환자나 보호자는 접촉자로 분류될 수 있었고 A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며 A씨의 메르스 감염과 국가의 과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 역시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된 상황에서 14번 환자 접촉자 파악에서 부실한 역학조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데다 현재까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는 한편,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해 대증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