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4.11.15 20:01:59
[브리즈번=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한국과 뉴질랜드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한국 입장에선 농수산시장 개방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고, 뉴질랜드는 공산품시장을 어느정도 개방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 2009년 6월 시작한 협상은 2010년 5월 협상을 끝으로 한 때 중단되기도 했다.
무산 위기에 처했던 양국 FTA가 타결되기까지는 ‘창의적 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 재개 요청을 받고 “양국간 입장 차이를 ‘창조적 방식(think out of the box)’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5일 브리핑에서 “오랜 기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과정에서 정상끼리 만났을 때 기본 방식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공감이 형성돼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며 “새롭게 한 번 협상을 진전시켜보자는 의미에서 협상대표도 차관보로 승격시키고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뉴 FTA 협상대표로 참석했던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뉴질랜드는 시장 자체가 많이 개방돼 있고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두 가지를 시도했다”고 협상 과정을 소개했다.
최 최관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재개된 FTA 협상 과정에서 농수산분야의 실질 협력 강화와 인력교류 연계를 함께 추진했다.
먼저, 농수산분야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만들기 위해 △농어촌 청소년 150명에 대한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회 제공 △농림수산분야 전문가 14명에 대한 뉴질랜드 훈련 및 연구 기회 부여 △학생 6명에게 뉴질랜드 농립수산 분야 대학원 장학금 지원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인력 교류를 FTA와 연계해 △워킹홀리데이 연간 허용인원 3000명으로 확대 △일시고용입국 쿼터 연 200명 확보 △농축수산업 훈련비자 연 50명 확보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
정부는 다른 국가와의 FTA에선 보기 드문 이 같은 창의적 시도 끝에 5년 5개월 만에 양국 FTA를 타결지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키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FTA 타결을 선언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부단히 모색한 결과, 오늘 FTA 타결이라는 소식을 양국 국민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키 총리는 “농업 부문의 자유화가 한국 내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캐나다와 체결한 FTA 내용 속에 없는 내용이 한국과 뉴질랜드 간 FTA에 포함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