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환율…`포트폴리오 조정할 때`

by최한나 기자
2009.05.08 11:20:51

높아진 가격부담 IT·자동차 비중 줄이고
항공 정유 음식료 등 내수주 비중 늘려야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달러-원 환율이 하루가 멀다하고 하락을 거듭하면서 원화 강세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시장 드라이버로 작용해 온 수출주가 높아진 가격부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환율 하락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종목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는 것.

다만 환율이 추가로 가파르게 떨어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속도조절 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기 트레이딩 전략으로 유효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말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며 1250원선을 테스트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경기위축세가 둔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경기바닥 기대가 높아졌고, 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대규모 매도로 이어졌다.

여기에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월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밖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불어나면서 환율 하락압력을 가중시켰다. 아울러 먹성 좋게 우리나라 주식을 빨아들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자금도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달까지만 해도 1350원을 중심으로 오르내리던 환율은 순식간에 100원이나 뚝 떨어졌다.

환율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다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화절상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지나치게 빨랐으며 6월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만기가 집중 도래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환율은 중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외환유동성 공급과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 등을 반영해 달러-원 환율은 레벨다운을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ECB 통화정책 방향, GM 처리문제 등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생각보다 빠르게 아래로 내려오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예민한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지속됐던 원화 약세와 업종내 우월한 경쟁력을 토대로 증시를 이끌었던 수출업종은 고전하고 있는 반면 환율 하락으로 직접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항공과 철강, 정유, 음식료 업종이 강세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것.

전문가들도 당분간 환율 흐름이 업종별 모멘텀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그동안 랠리를 주도했던 수출업종 비중을 줄이고 대신 환율로 덕 볼 수 있는 업종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은행주와 건설주 등 내수주와 중국 관련주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지난달 급등세를 주도했던 IT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들은 조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종목별로 적절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혁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환율이 1300원을 하향 이탈하고 엔-원 환율도 급락하면서 IT와 자동차 등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라며 "원자재 수입비용을 줄일 수 있거나 파생손실, 외화부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이 이미 빠르게 낮아졌기 때문에 추가로 큰 폭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IT나 자동차 업종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