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내 남자의 여자']불륜 드라마, 고정관념을 깨다

by김은구 기자
2007.06.05 11:30:52


[이데일리 김은구기자] SBS 월화 미니시리즈 ‘내 남자의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의 고공비행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내 남자의 여자’는 4월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더니 마침내 5월28일부터 6월3일까지의 주간 시청률 조사에서 1위에 올라섰다. 4일 방송에서도 시청률 30%를 넘으며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내 남자의 여자’의 흔한 말하는 불륜 드라마다. 불륜은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소재고 인기가 높지만, 다른 쪽에서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방송의 윤리적 측면에서 늘 비판과 지적의 대상이 되는 '양날이 달린 칼'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나치게 상투적인 설정때문에 드라마 소재로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대놓고 '불륜 드라마'임을 앞세운 ‘내 남자의 여자’는 이런 선입관을 모두 극복하고 있다.

▲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



'내 남자의 여자'에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흡인력은 여자 주인공 화영 역을 맡은 김희애의 변신이다.

김희애가 맡은 화영은 남편의 사업 실패와 자살로 지친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친구 지수(배종옥 분)의 남편 준표(김상중 분)와 사랑에 빠졌다. 말이 좋아 사랑이지 친구의 가정을 파탄내는 불륜이다.

김희애는 그동안 '현모양처', '순수하고 단아한 아내', '천상 여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다니며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불륜을 내용으로 하는 드라마에서도 주로 사랑의 상처를 입는 피해자였다. 하지만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분명 가해자다.

김희애는 이 드라마 초반부터 어깨선을 드러내고 목욕하는 장면 등 전에 볼 수 없던 대담한 노출 연기, 과감한 키스신 등을 선보였다. 이런 변신이 초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단단히 한 몫 했다는 평가다.
 
▲ '내 남자의 여자'의 배종옥(왼쪽)과 김희애



‘내 남자의 여자’의 여성들은 당당하다. 불륜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마찬가지다.



화영은 준표와의 사랑으로 친구 지수와 갈등을 겪지만 지수 앞에서도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고 또 냉정하다. 남편과 자신의 불륜 사실에 호흡이 흐트러지는 지수의 심호흡을 도와주면서도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준표와 갈라서기로 마음을 정한 지수는 준표에게 당당하게 위자료를 요구한다. 이유는 자신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과거 드라마에서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울며 매달리는 여성의 모습은 없다.

이런 당당함이 여성 시청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아이디 hana○○의 시청자는 “화영은 한편으로는 불쌍하고 가엽지만 웃기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이를 연기하는 김희애는 복잡한 여인의 심리를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한다”고 옹호했다.



‘내 남자의 여자’는 불륜을 소재로 출발했다. 그러나 갈수록 불륜보다는 인간의 내면 고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화영, 지수 등 여성들뿐 아니라 두 여자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듯 보이는 준표의 행동 역시 섬세한 인간 고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4일 방송에서 준표가 지수의 집에 와서 아들과 식사를 하며 밥투정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의 기획을 맡은 고흥식 CP는 “남자들은 습관적으로 아내에게 밥투정을 한다. 살림만 하는 여자도 식사 준비, 청소, 빨래, 아이 보기 등 많은 일을 하다 보면 간혹 한 가지는 미흡해질 수 있는데 남자는 결과만 보려 한다”며 “이 장면은 오랜 기간 인간을 깊이 관찰한 후에나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남성 시청자들의 반성을 유발하며 남성들도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예전 불륜 드라마들이 남녀의 만남과 결별에 긴 시간을 투자한 것과 달리 4회 만에 불륜이 밝혀질 정도로 빠른 전개, 이후 인물들의 심리와 생활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한 것도 ‘내 남자의 여자’의 인기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