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도 멋있지만 식당은 더 근사하다. "국립신미술관" 내부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폴 보퀴즈 르 뮤제"
[조선일보 제공] 유원지풍 대관람차가 천천히 도는 오다이바, 수천 인파가 뒤섞이는 시부야역 교차로, 10대 ‘니폰필’ 패션의 발생지 하라주쿠는 애들이나 구경 가라지요. 비즈니스로 도쿄에 가는 우리 어른들은 아직 문 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3월30일 오픈) ‘도쿄 미드타운(Tokyo Midtown)’, 건축물과 아트를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도쿄국립신(新)미술관’에서 ‘비즈니스적’ 영감을 얻고 옵시다. 우리의 전략? 낮에는 럭셔리하게, 밤에는 소박하게. 일단 제일 중요한 환율은 4월10일 현재 100엔이 784원(매매기준율)선.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 도쿄 국립신미술관 / 정재연기자
▲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부로 생중계하는 "미드타운"의 레스토랑
도쿄에 간다면 ‘미드타운’부터 볼 것. 지금 도쿄 사람들도 한창 구경가는, 도쿄 최고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롯폰기 힐스는 부동산 그룹 모리의 작품, (롯폰기 힐스 바로 옆,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한)미드타운은 미쓰이 부동산의 프로젝트다. 오피스빌딩+쇼핑몰+메디컬센터+호텔+정원+미술관이 들어선 복합시설이다. 잠깐, 그렇다고 아침부터 미드타운으로 달려가긴 좀 그렇고, 일단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우아하게, 문화적으로 시작한다.
신미술관과 미드타운은 걸어서 5분 거리. 일본 건축가 구로가와 기쇼가 설계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7월2일까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하는 ‘모네와 그 후예들’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9월26일~12월17일에는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1660)’도 온다니 출장 일정 잡는데 참고하시길. 화요일 휴관. www.nact.jp
지하 아트숍은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물건을 어찌나 잘도 선별해 진열해 놨는지, 디자인에 힘 준(그 값이 가격표에 그대로 반영되긴 했지만) 물건 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쿵쿵 뛰겠다. 전시 보고, 아트숍 보고 점심은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폴 보퀴즈(Bocuse)의 이름을 앞세운 ‘브라세리 폴 보퀴즈 르 뮤제’에서 먹자.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맞닥뜨리는 수십미터 높이의 기둥. 마치 원뿔을 거꾸로 박아 놓은 형상인데 그 꼭대기에 흰 천을 깔아놓은 테이블들이 보인다. ‘아니, 저 위가 식당이야?’라며 깜짝 놀라게 만드는 풍경이다. 점심세트 메뉴는 1800엔(2코스), 2500엔(3코스)으로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그럼, 이제 미드타운(www.tokyo-midtown.com)으로. 카페트나 반들반들한 나무가 깔린 바닥, 곳곳에 놓인 가죽의자, 천장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분수 등이 전반적으로 고급 호텔 라운지 같은 분위기. 이곳은 그냥 쇼핑센터가 아니다. 도심 속 거대한 ‘소비의 오아시스’. ‘릿츠 칼튼 호텔’, 1600만원짜리 건강검진으로 화제가 됐던 ‘존스 홉킨스 메디컬 센터’서비스, 고급 식료품점 ‘딘 앤 델루카’ 등 온갖 폼 나는 것들의 전당이다. 전통의 화과자점 ‘토라야’ 매장은 일반 갤러리 보다 근사하고, 스포츠 웨어 ‘푸마 매장’도 ‘푸마 블랙 스토어’라는, ‘한 발 더 나간’ 이름을 달고 있다. 속옷 브랜드 ‘와코루’도 그냥 우리나라에서 보는 와코루가 아니다. ‘와코루 디아’라고 해서 블랙과 형광 컬러가 어우러진 100만원대 란제리를 선보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마저 누드톤 나무 창살을 단 고급스런 외관으로 서 있다.
압권은 편집 매장 ‘레스티르’. 가격표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조명 아래 온통 검은색 인테리어를 비트가 강한 음악과 ‘(요즘 패션용어를 빌리면)언웨어러블’한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존 갈리아노등의 의상이 채우고 있다. 한마디로 꼼꼼하게 옷 고르러 가는 곳이 아니라 도쿄적 패션 공간을 체험하러 가는 곳.
오픈 키친도 모자라 주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세 대의 모니터로 외부에까지 생중계하는 식당, ‘(요즘 일본 현대 미술을 일컫는)마이크로 팝’ 풍으로 꾸민 흡연실, 옷을 보여주기는 커녕 쇼 윈도를 그냥 우윳빛 유리로 가려버린 ‘클로에’ 숍에 이르기까지, 미드타운의 매장들은 전력을 다해 디자인 경쟁을 벌인다.‘도대체 이게 다 뭐냐’ 하는 분들, 이런 번지르르한 분위기가 싫은 분들, 서울로 치면 강북, 혹은 강남이라도 신사동 가로수길 분위기를 좋아하는 쪽이라면 빨리 시부야 아래 다이칸야마나, 요즘 이색 ‘가구의 거리’로 한창 뜨려고 한다는 메구로쪽으로 가버리시라. ‘나카 메구로’에는 자동차 공업사 한쪽에 카페를 꾸미는 식의 ‘마이너’ 분위기도 아직 남아있다.
▲ 주말매거진 시티가이드 제2탄 도쿄여행-미드타운 / 정재연기자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미드타운 / 정재연기자
가장 ‘긴자적인’ 건물은 핑크색 외관 곳곳에 기괴한 모양의 창문이 뚫린 ‘미키모토 2’ 빌딩. ‘미키모토 진주’, 하면 떠오르는 우아한 레이디풍 분위기의 카페와 9층 레스토랑 ‘대즐(Dazzle·03-5159-0991)’이야말로 긴자 분위기에 푹 빠지기 좋은 곳. 긴자에는 이왕이면 주말(‘차 없는 거리’ 실시)에 가서 인파에 완전히 휩쓸려 보자. 미쓰코시(三越) 백화점 지하에서 예술적인 찹쌀떡(보통 개당 140~160엔선) 한 개를 아껴 먹으며 형형색색의 디저트와 도시락을 감상하자.
백화점 길 건너에는 1869년 개업했다는 빵집 ‘키무라야(木村屋·03-3561-0091)’가 있다. 한 손에 쏙 쥐어지는 작은 팥빵이 126엔. 굉장한 맛이라기 보단 전통을 이어가는, 수수한 옛날 맛에 점수. 이밖에 문구백화점 ‘이토야’도 많이들 가는 곳. 그러나 아주 희귀하고 고급스러운 펜이나 수첩을 찾는 게 아니라면 그냥 신주쿠·시부야 등 곳곳에 있는 잡화점 ‘로프트(Loft·때 수건이 색깔 별로 걸려있는 시부야 ‘로프트’는 나름 고객감동 현장)’나 ‘도큐 핸즈(Tokyu Hands)’를 뒤지는 게 더 재미있다. 긴자 ‘에르메스 빌딩(딱 ‘에르메스 풍’인 미술관도 있어서 가볼 만 하다)’ 구경 갔다면 근처 화장품 잡화매점 ‘마쓰모토 키요시’에서 요즘 한창 유행인 일본 뷰티 아이템을 건져보자.
프라다, 디오르, 토즈(‘볼록 유리’로 유명한 프라다 건물보다 오모테산도의 이 ‘토즈’ 건물을 더 쳐주는 사람도 많다) 등 명품을 담아놓은 건물이 너무 근사하고 하나같이 유명해 ‘명품 아니라 건축 순례 간다’는 명분도 생긴다.
‘미드타운’이 생기기 전까지는 가장 최신 ‘쇼핑센터’였던 오모테산도 힐스의 카페나 초콜릿 바에서 쉬어가거나, 진열장에 30여개에 달하는 핑크·레드·보라 등 알록달록한 과일 타르트와 케이크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베리카페 어윈 망고(아오야마 막스마라 건물 건너편)’도 강추(블루베리 쉬폰 케이크 등이 한 조각에 650~800엔). 오모테산도에서 하라주쿠 쪽에 있는 ‘갭(Gap)’ 매장 건너편 ‘키디랜드(Kiddy Land)’는 각종 캐릭터 상품이 총출동해 있어 어린 자녀나 조카 등 어린이 선물 사기 좋은 곳.
▲ 좀 더 소박한 풍경이 기다리는 메구로의 옷 수선집
메구로 중에서도 ‘나카 메구로(中目黑)’에는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가 살아있다. 다이칸야마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만족할 듯. 메구로천 양쪽으로 작은 숍들이 이어진다. 책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이색 책방 ‘카우 북스(Cow Books)’도 이곳에 있다. 화과자점인데도 톤 다운된 세련됨을 선보이는 ‘히가시야(www.higashiya.com)’도 들려볼 만 하다.
반듯한 마천루 사이를 걷는 기분 좋은 산책을 보장한다.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에서부터 긴자까지 걸어가 보자. 수트 빼 입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중간에 쉬기 좋은 곳은 새하얀 타일 벽이 근사한 ‘딘앤델루카(미쓰비시 트러스트 빌딩 1층)’. 에스프레소 (350엔)를 주문하면 작은 초콜릿을 한 조각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