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선명균 기자
2002.01.03 12:15:47
[edaily] ◇맥주전쟁.."일단 팔고보자"
우리나라 맥주산업의 역사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간 경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3년 일본의 대일본 맥주 주식회사가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를 설립한 것이 국내 맥주회사의 시초. 같은 해 12월에는 역시 일본의 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소화기린맥주(이후 동양맥주→오비맥주)를 설립했다. 이들 두 회사는 해방과 함께 미 군정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1년에 민간에게 불하됐다.
이후 40여년간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92년부터 소주사업을 영위하던 진로그룹과 미국의 쿠어스사가 합작한 진로쿠어스가 "카스"를 들고 맥주시장에 뛰어들면서 맥주전쟁은 3파전으로 확대됐다.
96년 조선맥주와 오비맥주간의 시장점유율이 역전된 이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벌였으며 무료시음회를 비롯, 주류판매업소에 각종 집기를 제공하는 등 소모성 경쟁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유통구조에 있었다. 당시까지 주류유통은 대부분이 외상거래였다. 무리하게 생산설비를 확충했던 맥주업체들은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주문을 확보하기 위해 외상거래 기간을 계속 늘려줬다. "저쪽 업체에서 2개월까지 외상거래를 한다면 우리는 3개월까지 한다"는 식이었다.
이같은 미회수 매출채권이 늘어날수록 현금 유동성은 악화돼갔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은 갈수록 늘어났고 이자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다시 차입금을 늘려야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97년말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술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맥주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98년에는 시장점유율 1위인 하이트맥주가 겨우 40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 다른 업체들은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99년 진로쿠어스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오비맥주로 넘어갔다. 과중한 차입금 부담에 휘청이던 오비맥주 역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급물살을 타고 지난해 외국자본에 완전 매각됐다.
◇주류카드제로 유통구조 개선
맥주업계를 짓누르던 이같은 불합리한 유통구조는 올들어 현저히 개선되는 추세다. 여기에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류구매 전용카드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류전용 카드제란 제조업체, 도매상, 소매상 간에 외상으로 이뤄지던 과거의 거래관행을 전자결제 시스템을 이용, 직불화한 것을 말한다. 즉, 주류도매상은 일단 금융기관에 통장을 개설하고 제조업체에 상품공급을 요청한다. 제조업체는 상품을 넘긴 후 출고자료를 거래 금융기관에 전송하고 금융기관에서 제조업체로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