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주용 기자
2000.11.02 14:19:34
동아건설이 보유했던 김포매립지와 현대건설의 서산농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서로 대비가 된다. 부지 착공 계기나 시기도 비슷하고 이 대규모 부지가 회사 생명연장의 젖줄 역할을 하는 모습도 흡사하다.
하지만 서산농장 가격은 동아건설 김포매립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돼 현대는 정부가 "빼앗아가려 한다"며 불만이다. 동아건설은 매각당시 가격이 좋아 "만족한다"고 했었던 것과 대조된다.
최근 채권단이 현대건설측에 서산농장의 매각을 요구하면서 가격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현대는 "가격만 좋다면 무조건 팔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격은 김포매립지와 비교할 때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포매립지와 서산농장의 "형평"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농림부가 농어촌 진흥공사를 통해 373만평규모의 농지인 김포매립지를 매입키로 결정한 것은 지난 99년3월25일. 당시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동아건설이 요구해온 매각희망가격 1조2100억원의 잘반수준인 6400억원에 매립지를 인수한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매입가격은 98년1월1일자 김포매립지 공시지가에서 매입시점까지의 지가하락률을 감안하고 기업보유부동산 매입시 평균 할인 매입률(76.79%)를 적용해 산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아건설이 요구한 김포매립지 공시지가 9594억원의 6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8년8월 정부가 민간기업 참여 간척사업의 방침에 따라 동아가 80년 김포지구 3800ha(현대는 서산지구 1만5409ha)의 공유수면매립 면허를 받아 83년부터 8년 공사끝에 준공한 매립지를 채권단의 성화에 못이겨 마침내 매각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매각가격이 너무 높다며 특혜시비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매각 1년전 농림부는 동아의 매립지 조성공사 비용이 827억원에 불과하고 10년이 지난 매각 시점에서는 이자를 감안, 2252억원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매각 당시에 농림부는 투자사업비가 3270억원이라며 1000억원 이상 늘려 발표했다. 공사비를 83년부터 복리 12%로 계산한 결과였다.
또 공시지가도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부지의 공시지가가 논은 평당 20만4000원, 밭은 평당 29만80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가장 비슷한 조건의 인근 지가에 비해 20~43% 정도 부풀려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때문에 김포매립지의 공시지가는 9000여억원이 아닌 5900여원"이라며 "정부는 3154억원 이상가격으로 매입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특혜여부를 떠나 372만평규모인 김포매립지의 8.4배인 3122만평규모의 서산농장에 대해 정부는 김포보다 4200억원이나 적은 2200억원이라는 헐값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는 "특혜는 고사하고 제값만 달라" 며 불만을 터트린다. 한 관계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마지막 역작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차치하고 현대가 쏟아부은 정성과 현재 토지 사용 측면을 볼때도 이런 헐값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한다.
김포매립지가 허허벌판이었던데 비해 서산농장은 벼를 소출할 수 있는 경작지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산농장의 가격이 이처럼 낮게 책정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공시지가가 김포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측에 따르면 서산농장의 총 공시지가는 3400억원정도로 평당 1만원이 약간 넘는다. 김포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공시지가의 66%로 매입하겠다는 뜻은 땅값을 평당 7000여원밖에 계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건설 관계자는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지 인근 거래가는 평당 4만~5만원 정도"라며 "실 거래가의 5분의1 수준에 정부가 매입하겠다는 것은 바이어의 횡포"라고 불만을 토했다.
공시지가가 유일한 잣대가 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대 관계자는 "6470억원인 장부가가 바로 조성가격"이라며 "적어도 이 땅을 조성하는데 들어갔던 비용은 셈을 쳐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김포매립지의 경우 조성원가는 827억원이었지만 여기에 복리 12%를 적용, 총 3270억원을 조성가로 책정함으로써 결국 7.4배의 가격에 매입해줬다. 하지만 서산농장의 경우 장부가격 6470억원은 이자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게 건설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간척지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의 경우 조성가격이 평당 5만~6만원인 점을 볼때 조성이 끝난 서산농장은 이용가치가 더 높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김포매립지의 경우에서처럼 서산농장에 대해서도 매입후 용도를 변경, 민간에게 분양할 것이 확실시된다.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을때는 용도 변경을 막았다가 자신들 수중에 들어오면 용도를 변경,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얌체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측에 대해 보다 좋은 가격으로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결과가 관심이다.
동아건설은 김포매립지를 매각하고도 결국 "퇴출"이라는 비운을 맞았다.서산 농장 매각을 앞둔 현대가 이를 계기로 회생에 성공한다면, 서산농장과 김포매립지에는 다른 점중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