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0.07.25 18:40:41
자금시장은 잇달아 터져나오는 악재에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악재 앞에서 시장 수급상황이 힘을 잃으면서 그동안 지속되던 "증시 약세, 환율/금리 강세"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증시는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기술적 반등에 성공하며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었다. 반면 외환과 채권시장은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양호한 수급상황을 억눌렀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프로그램매수세 유입으로 약보합권으로 마감됐고, 코스닥과 선물은 오랜만에 플러스로 반전됐다.
외환시장은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부담과 금융불안, 엔과 바트 등 해외 환율동향 등이 악재로 작용하며 연 사흘째 상승했다. 또한 채권시장에서도 개각설과 채권전용펀드 10조원 추가조성 등이 시장에 유포되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하락한 737.64포인트, 코스닥지수는 0.36포인트 오른 117.27포인트를 기록했다. 3시장의 수정주가평균은 1만4890원으로, 전일대비 289원(1.98%) 올랐고, 선물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35포인트 상승한 95.2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60원 높은 1115.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 채권시장에선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이 전날보다 15bp 오른 8.16%, 3년물 회사채는 11bp 오른 9.22%, 2년물 통안채는 18bp 오른 8.06%로 마감됐다.
◇주식시장
지난 14일부터 6일만에 107.86포인트가 하락한 거래소시장은 이날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해 급락이 일단락되고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삼성전자가 31만원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730포인트선 지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전일대비 5포인트이상 상승했으나 전일대비 0.25포인트 하락한 737.6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낙폭이 줄어든데는 선물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프로그램매수가 강하게 유입된데 따른 것이다. 프로그램매수는 2126억원이며 매도는 576억원이다. 차익거래매수는 1681억원이며 비차익매수는 444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외국인이 매도하면서 하락했다. 31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해 31만원을 지켰다. 반면 대형주중에는 한전 등에 외국인매수세가 유입되면서 LG정보, LG화학, SK텔레콤 등이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개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증권주가 상승세를 탔다. 일은증권이 상한가 근처까지 갔고 리젠트그룹이 일은증권 인수협상자로 선택되면서 대유리젠트증권도 크게 올랐다. 은행주도 대부분 상승했다. 건설주도 늦게나마 상승대열에 참여햇다.
급락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상승종목은 상한가 12개 포함 447개로 늘어났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5개포함 356개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어업, 광업, 고무, 비금속, 조립금속, 전기기계, 운수장비, 도매, 육상운수, 종금이 하락했다. 거래량은 3억5056만9000주이며 거래대금은 2조4209억700만원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36포인트(0.31%) 오른 117.27포인트로 마감했다. 거래규모도 소폭 늘어 거래량 1억9667만주, 거래대금 2조1099억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36개를 포함해 158개에 불과했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64개 등 371개나 됐다.
주가지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의 2배를 넘은 것은 지수비중이 큰 종목위주로 상승세를 시현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20사중 하락종목은 하나로통신, 아시아나항공, 동특 등 3개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다음과 LG홈쇼핑이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리타워텍, 엔씨소프트 CJ39쇼핑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새롬과 핸디소프트는 6~7% 상승했다.
기술주들도 반등 대열에 가세했다. 정보통신, 단말기, 네트워크장비, 소프트웨어, 컴퓨터 , 보안솔루션 관련주들이 종목별 상승을 시도했다.
투자자별로는 국내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75억원과 17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419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LG투자증권의 전형범 선임연구원은 "그 동안 낙폭이 컸던 시가총액 상위사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에 성공했다"며 "당분간 전저점 지지여부를 확인하며 바닥다지기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3시장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과 마찬가지로 하방경직성을 나타내며 강보합으로 25일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거래는 부진했다. 3시장의 수정주가평균은 1만4890원으로 전일대비 289원(1.98%) 올랐다.
선물시장도 지지없는 급락세를 일단 멈추고 소폭 상승했다. 선물시장 상승은 7일만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월물인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0.35포인트 상승한 95.2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은 그동안 쌓아온 매도물량을 일부 이익 실현하고 신규매수까지 가담해 오랜만에 대규모 순매도로 전환했다. 신규매수와 환매가 각각 2680계약, 2940계약으로 총 2540계약 순매수했다.
◇외환시장
달러/원 환율이 지난 주말부터 연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1115원대에 안착했다. 금융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않으면서 달러매수심리가 공급우위 흐름을 거스르는 양상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일부 은행의 강한 달러매수세를 바탕으로 1115.40원까지 오른 뒤 치열한 달러수급 공방이 펼쳐졌다. 1114원대 중반까지 밀렸다가 다시 1115원대 초반으로 올라서는 등 1115원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한 환율은 이후 약간의 조정과정을 거쳐 전날보다 1.60원 높은 1115.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204억원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122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72억원등 총 1394억원 규모의 주식순매도에 나서 환율 오름세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1115원을 중심으로 수급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면서 기업들의 네고물량이 상당량 소화되는 양상을 보였고 역외세력은 1억달러 안팎의 매수세를 형성했다. 달러/엔 환율이 109엔대로 올라서고 태국 바트화가 약세를 보이는등 외부변수도 환율오름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전반적인 공급우위에도 불구, 환율은 지난주말부터 하루 1원정도씩 레벨을 높이고 있다"며 "외국인 주식매도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따라 추가상승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이 잇따른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소진시키면서 금리가 연이틀 큰 폭으로 올랐다.
오전마감 무렵 국채선물시장에서 개각설이 유포됐고 오후들어 투자심리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일부 증권사와 금리랠리에 뒤늦게 뛰어든 기관들이 손절매 매물을 내놓자 시장분위기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오후장 중반에도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10조원의 채권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말하면서 은행, 보험권의 자금출연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매수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날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날보다 15bp 오른 8.16%, 3년물 회사채는 11bp 오른 9.22%, 2년물 통안채는 18bp 오른 8.06%로 마감됐다.
근거가 희박한 개각설에 시장분위기가 경색될 정도로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채권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세가 약해지며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전형적인 약세장 모습이었다.
그동안 시장이 알면서도 인식하지 않았던 물가, CBO펀드 만기, 현대그룹 문제 등이 시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개각설이 나돌면서 불안심리가 증폭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