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시황)은행파업 철회,명암 엇갈린 시장

by이정훈 기자
2000.07.12 18:41:58

하루만에 은행노조 파업이 철회된 12일 자금시장은 명암이 엇갈렸다. 증시는 여전히 투자심리가 크게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정된 상승흐름을 이어간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노-정합의에 따라 정부가 사용할 공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보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금리가 반등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90포인트 상승한 839.76포인트, 코스닥지수는 3.07포인트 오른 139.02포인트를 기록했다. 선물시장도 소폭 상승세로 마감됐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외국인 주식매수 공급에 의해 전날보다 90전 낮은 1115.6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예보채 발행물량 우려감으로 3년물 국고채는 전날보다 3bp오른 7.96%를, 3년물 회사채는 2bp오른 9.05%를 기록했다. 12일 거래소시장은 전날 지수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오전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매수에 따른 대형주 상승으로 전일대비 7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나 오후들어 경계매물이 출회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국인이 선물순매수를 유지하고 코스닥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2.9포인트 상승한 839.76포인트로 마감했다. 이같은 지수등락은 상승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데 반해 상승을 끌어낼 계기를 찾지 못해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118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비해 기관은 905억원을 순매도 했으며 이중 보험이 870억원 순매도했고 투신이 605억원을 팔았다. 개인은 55억원을 순매도 했다. 선물이 강세로 돌아서며 프로그램매수가 1020억원 유입됐으며 매도는 5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매수세로 전일대비 2.55% 상승한 38만2000원으로 전고점에 바짝 다가섰고 SK텔레콤, 포항제철, 현대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융주는 경계매물이 출회되면서 약세를 보였다. 은행, 증권, 종금, 보험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저가금융주가 그동안 상승을 이끌어 왔다면 향후에는 우량금융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별종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대성전선 등 일부 M&A테마주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미국 바이오주가 상승으로 의약주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지수가 추가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 확인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예탁금증가나 투신 신상품 자금유입등 신규자금 증가가 확인돼야 상승계기를 찾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등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은 전날 140포인트 지지실패 및 나스닥시장의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반발 매수세가 늘어났다. 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장마감 무렵 대형 기술주가 급반등하자 상승폭이 확대됐다. 결국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07포인트 상승한 139.02포인트로 마감, 140포인트대에 바짝 다가섰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53개를 포함해 303개였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16개 등 187개였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팔자로 일관한 반면 개인들은 매수에 적극 가담했다. 기관이 447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63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개인들은 67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반등의 견인차가 됐다.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 등이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지수비중이 높은 한통프리텔 한솔엠닷컴 하나로통신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최근 상승세를 탔던 국민카드 기업은행은 약세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이 하한가까지 떨어졌고 39쇼핑, LG홈쇼핑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신규등록종목중 엔씨소프트 델타정보통신 전신전자가 상한가를 유지한 반면, 쎄라텍 창민테크 등은 하한가까지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LG투자증권 전형범 대리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가운데 시장간 및 종목간 빠른 순환매로가 진행되고 있어 시세 연속성이 떨어지는 등 불안한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지기 전까지 개별 종목들의 순환매가 이어지며 기간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선물시장은 극심한 단타매매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너지가 강하다는 사실은 재확인시켰다. 최근월물인 9월물지수는 전날보다 0.75포인트 상승한 107.3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와 선물시장에서 동시 순매수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오전에 전날 신규매수를 전매한데 이어 추가로 신규매수에 나서 총 400계약 순매수했다. 개인도 매수에 가세하며 946계약 순매수했다. 3시장이 거래 부진속에 무기력 장세를 이어갔다. 가중주가평균은 3701.78원으로 전일대비 39.51원(-1.06%) 내렸다. 거래부진도 여전했다. 거래량은 전일보다 9만주 감소한 26만주, 거래대금은 1000만원 늘어난 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달러공급 우위를 바탕으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때 1114.70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소폭 반등, 1115.6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2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20전 높은 1116.7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이 유입되면서 1115.20원까지 밀렸다.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이 지속되는데 비해 기업체 결제수요가 거의 보이지 않는 등 달러공급우위가 뚜렷해지면서 1114.70원까지 하락폭을 확대했다. 결국 당국의 구두개입과 국책은행의 달러매수 가세로 전날보다 90전 낮은 1115.6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는 2억달러 안팎의 주식매수자금이 공급돼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역외세력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타이 바트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동남아 통화의 약세가 심리적으로 환율하락세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의 구두개입을 이미 예상했던 은행들이 당국의 의도에 순응, 달러매수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1114원대 재진입에 실패했다”며 “그러나 아직 시장은 달러공급우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전날 노-정합의로 공적자금 사용처가 늘어 예보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투자심리 위축으로 금리가 반등세를 나타냈다. 대형기관 등 매수세력의 움직임을 기대했던 일부 기관이 장막판 대거 매물을 내놨으나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단기채 매매는 여전히 활발했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3년물 국고채는 전날보다 3bp 오른 7.96%, 3년물 회사채는 2bp 오른 9.05%, 2년물 통안채는 2bp 오른 8.00%로 마감됐다. 국고채 5년물은 7bp나 오른 8.31%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을 의식, 단기간에 채권을 사고 파는 거래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의 매매패턴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곧 균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공적자금이 늘어나면 예보채 발행량이 증가해 물량압박을 가해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정부와 은행노조간의 합의결과 러시아 경협차관중 상환받지 못한 10억달러(약 1조원)를 비롯해 종금사 퇴출과 관련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받아야 할 4조원, 국내기업의 러시아 수출과 관련 수출보험공사에서 받을 돈 4500억원 정도 등. 그만큼 예보채 발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정부가 예보채를 어떤 형식으로 언제 발행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지금까지는 예보채 발행 가능성을 시장이 무시해왔지만 금리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예보채 문제가 되살아난 것 같다”며 “새삼스러운 악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와 관련 국내 은행의 한 딜러는 “8% 금리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8%로 금리가 올라가면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채권매수처가 3~4군데로 압축돼 있지만 막상 금리가 8%선으로 되돌아가면 대기매수세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제한적인 반등일 뿐 추세의 전환은 아니라는 분석이 아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