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진형 기자
2005.11.07 11:48:15
퇴직금이냐 연금이냐 갈림길에 선 직장인
순간의 선택이 은퇴후 30년을 좌우
직장 여건등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은퇴시장에 새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3부에서는 '새 시대 새 전략을 짜라'를 주제로 개인, 기업, 금융기관등 각 경제주체들이 퇴직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본다.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무슨 말인지 영‥"
퇴직연금이란 용어를 처음 접한 직장인 대부분의 반응이다. 퇴직연금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해 관심을 가져봤지만 용어도 어렵고, 실제 어떻게 되는 건지 그려지지도 않는다는 불만이다.
무엇보다 기존 퇴직금과 달리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눠져 있다는 점에 낯설기만 하다. 제도 도입이 코앞인데 답답증만 쌓여간다.
과연 퇴직연금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어떤 제도가 유리할까.
직장인들은 퇴직연금 선택의 스무고개 앞에 있다.
우선 퇴직금이냐 퇴직연금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선택했더라도 DB로 할 것이냐, DC로 할 것이냐의 갈림길이 남아있다. DC를 선택한다면 어느 금융기관에 맡길 것인 지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등 어떤 상품으로 자신의 노후자금을 굴릴 것인 지를 골라야 한다.
순간의 선택은 10년이 아니라 30년을 좌우한다. 한 번의 결정이 노후자금의 높이를 달라지게 할 수 있어서다. 직장인 스스로의 책임이 강조된다. 이제부터 직장인들은 스스로 `펀드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퇴직연금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준비는 기본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장차 받을 `돈`이다. DB형과 DC형. 어느 쪽이 더 많은 퇴직급여를 가져다줄까.
그의 월급은 200만원. 정년을 55세로 잡고 앞으로 25년간 일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계산은 두 가지 변수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급여상승률과 운용수익률 두 가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든다.
먼저 급여상승률을 6%, 운용수익률을 4%로 잡았다. 이 경우 DB형의 퇴직급여가 2억1459만원으로 집계돼 DC형 1억7079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높게 나왔다. ★좌측 표 참조
결국 급여상승률이 운용수익률보다 높게 나온다면 DB형이 더욱 많은 노후자금을 챙길 수 있다. DB형으로 받는 돈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기존 퇴직금제와 별반 차이가 없다. 퇴직 직전 월급을 얼마나 받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급여상승률이 중요한 것이다.
회사가 높고 꾸준한 임금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라면 DB형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직장이어야 한다. 특히 퇴직금에 대한 수급권이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아 도산할 위험이 적은 튼튼한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어야 안전하다.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는 "퇴직금제에서 DB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근로자가 그 차이점을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다"면서 "DB형은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안정적으로 퇴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입장에서 일단 DB형을 가입하고 나면 크게 신경써야할 부분이 없다. 자산 운용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어 주식 등 자본시장에 대한 정보가 깊지 않아도 된다. 퇴직 적립금 운용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퇴직금과 같이 일시금으로도 받을 수 있고, 일시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때는 세제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퇴직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근로자의 경우, DB형과 DC형 모두 55세 이후에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그러나 10년이 채 못되는 경우라면, 퇴직금과 같이 사업장에서 퇴직할 때 받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당연히 DC형의 퇴직급여가 훨씬 많게 나왔다. DB형 2억1459만원보다 6000만원 가량 많은 2억7366만원으로 나온 것. ★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한다면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장기적으로 2000, 3000포인트 이상 뻗어나간다면 DC형 가입자들은 노후를 넉넉하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DC형은 적립식 펀드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매년 적립되는 퇴직급여를 일년에 한번 납입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최근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기본적으로 10~20%대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 DC형이 매력적이다. 일례로 대한투자증권의 개인연금 운용실적을 보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1년 평균 각각 14.73%, 8.71%를 기록했다.
다만 DC형의 퇴직 적립금은 근로자의 소중한 노후자금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40% 이상 투자할 수 없고, 더욱이 주식편입 비중이 40%가 넘어가는 펀드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뒀다.
그렇지만 외국의 사례와 같이 향후 위험자산 투자비율 제한은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돼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손실이 날 수 있고, 책임은 스스로 져야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C형에서 손실이 날 가능성은 매우 작게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DC형에서의 운용은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이기 때문이다. 직장 초년생은 길면 30년 이상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박진욱 대한투자증권 퇴직연금팀장은 "DC형 퇴직연금은 적립식 장기 투자와 비슷해 손실이 나기 힘들다"면서 "분산투자 원칙 하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DB형보다 높은 노후자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최소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근로자를 위한 투자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운용수익 조회, 펀드변경, 새로운 펀드 이해 등에 대해 숙지해야 하며, 높은 수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기업이 쌓아주는 적립금 이외에도 근로자는 개인 계좌에 추가로 불입할 수 있다. 따로 개인연금에 가입할 필요없는 것이다. 추가불입분에 대해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되며, 이 한도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C형도 DB형과 마찬가지로, 수령 시기가 오면 연금 또는 일시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다니던 회사가 망하더라도 전혀 걱정없다. 퇴직적립금이 매년 근로자의 퇴직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수급권이 100% 보장되는 셈이다.
또 직장 이전시에는 개인퇴직계좌(IRA)로 옮기면 되기 때문에 불이익이 전혀 없다. DC형 퇴직연금은 IRA로 전환이 쉽다. 직장이동시마다 푼돈으로 줄줄 새던 기존 퇴직금제도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직이 빈번한 근로자에 적합하다.
이준탁 ING생명 이사는 "기업수명이 짧거나 경영이 불안정한 회사, 매년 중간정산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라면 DC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실제 이직이 잦은 운수 노조의 경우에는 DC형 퇴직연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회사측 입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은퇴자금이 불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