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0.29조치 이후 최대폭 증가

by강종구 기자
2005.05.11 12:00:00

기업대출도 작년 1월 이후 최대규모 순증
은행수신 한달새 10조 늘어

[edaily 강종구기자] 주택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10.29조치가 있었던 2003년 10월 이후 18개월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기업대출도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들어 매월 들쭉날쭉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은행 수신고는 한달에 무려 10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2003년 10월 이후 최대인 3조1058억원의 순증을 기록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2조887억원이 늘어 16개월만에 처음으로 2조원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03년 10.29 조치 이후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면서 증가세가 크게 둔화돼 왔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10.29조치 이후 지난해 8월 단 한차례만 3조원을 넘어섰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반포 2~3단지 등 강남 재건축단지에 대한 대규모 집단대출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8개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증가액이 1분기에는 월평균 6000억원 정도였으나 지난달에는 1조40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김인섭 한은 금융시장국 통화금융팀 차장은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이 활기를 띠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0.29조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대출도 지난해 1월 이후 최대규모인 3조원의 순증을 기록했다. 3월에 분기말을 의식해 상환됐던 대출이 재취급된데다 부가세 납부를 위한 자금마련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대기업대출이 지난해 1월 이후 최대폭인 1조1000억원 증가했다. 두산중공업이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인해 신디케이트로 3000억원 정도를 조달했지만 이를 제외해도 지난해 1월 이후 최대규모다. 중소기업 대출도 1조9000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신용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비록 소폭이기는 하지만 두달 연속 감소해 자금조달 사정의 양극화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김인섭 차장은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데는 전달 감소요인에 따른 반작용과 부가세 납부자금 마련 등 계절적 요인이 가장 크다"며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차별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이 본격 회복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은행 수신은 9조9494억원의 큰 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가세 납부로 6조5000억원의 감소요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설 연휴가 끼어 있던 2월 11조7000억원보다 오히려 더욱 많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올들어 월평균 1조원 안팎으로 줄어들던 실세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이 지난달에는 각각 2조4000억원과 3조1000억원씩 증가했다. 은행들은 또 양도성예금증서(CD)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시장성 상품으로도 2조9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은행수신이 급증한 이유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정부의 재정자금 방출이다. 법인세 등으로 3월에 14조원 정도의 넉넉한 세수를 확보한 정부가 그중 상당부분을 시중에 풀었다. 또 이례적으로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자금이 은행권에서 회전되면서 전체 수신고를 키우는데 크게 작용했다. 전체적으로 정부의 재정자금 방출과 민간부문의 통화공급이 은행 수신을 늘리는데 각각 절반의 역할을 담당했다. 해외부문의 통화공급은 거의 제로(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는 전달에 이어 두달 연속 순발행 기조를 이어갔지만 순증 규모는 급감했다. 전달 1조7000억원의 절반도 안되는 8000억원 수준이다. 양성우 한은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 과장은 "연초 급등했던 금리가 3월에 하락하자 기업들이 선발행에 나섰으나 지난달부터는 다시 주춤하는 양상이다"며 "경기회복 기대가 다소 꺾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통화증가율은 1년미만의 결제성 자금 성격인 M1이 전월과 비슷한 8%대 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광의의 통화인 M2나 총유동성을 뜻하는 M3증가율은 5%대 중반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