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쓰나미에 더 큰 방파제 필요"…금융권, 정부 지원책에 시큰둥
by김나경 기자
2024.12.22 17:59:07
[금융포커스]'금융안정세트' 발표에도 추가 대책 필요
환율 1450원대 훌쩍 건전성 관리 비상
"태풍 오는데 창문에 신문지 덧대는 격"
"건전성 방어 글쎄…전향적 대책 필요"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안정지원 6대 정책’을 두고 금융권이 시큰둥한 반응이다. ‘태풍이 오는데 창문에 신문지를 덧대는 격’이라며 자본건전성 방어를 위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당국의 조치로 자본건전성 일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세를 고려할 때 큰 도움은 되지 않겠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발표한 대부분 조처가 이전부터 필요했던 규제 완화라며 ‘고환율 쓰나미’에 더 큰 방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금융당국이 지난 19일 발표한 6대 ‘금융안정 및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대해 “자본건전성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요 은행의 자금부, 리스크관리부에서는 이번 6대 조치가 유동성·자본건전성 지표에 미칠 영향도를 분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벤처펀드 등 실제 투자한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안에 대해 “위험가중치 적용을 개선하면 투자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다”며 “현재 은행의 자본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관련 상품개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외부신용평가기관에서 받은 평가등급을 은행의 위험가중치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며 “해외 신용평가기관에서 평가를 받은 기업은 보통 해외 수출량이 많은 우량 기업인데 이런 사례는 극히 적다”고 말했다.
‘비거래성·비헷지 해외법인 출자금을 시장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다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법인과 지점에 들어간 외화투자금이 시장 리스크 산출대상에서 제외되면 자본비율이 올라갈 여력이 커진다”며 “6대 조치 중에 가장 체감 효과가 큰 정책이다”고 말했다. 은행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한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는 이미 있었던 규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도입 시기를 늦춘 것이기 때문에 자본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
보험업계도 증권시장안정펀드 미사용금액의 위험가중치를 낮춰주는 조치에 대해 더욱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보험사의 증권시장안정펀드 매입약정금액은 1조 5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제외한 잔여매입약정금액에 대해 지급여력비율(K-ICS) 위험액을 애초 절반 수준(35%)으로 부과키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지급여력비율에 미치는 영향도는 1%포인트가 안 되는 수준일 것이다”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실제 자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는 증권시장안정펀드에 들어가지 않아 지급여력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제한적이다”며 “중소형사에는 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저해지 가정 원칙모형 적용·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조치를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가 ‘전향적 대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1450원대를 넘어서는 등 자본건정성 관리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보험의 외화자산 평가액이 높게 잡히고 환 헤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본건정성 관리가 어려워진다. 각 사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안정적 영업을 하면 신용도가 낮은 벤처·스타트업 등 모험자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배당 여력이 줄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