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연간 1.6만t 절감’..현대차, 도장공정서 저온 경화도료 개발

by박민 기자
2023.08.30 09:53:17

탄소중립 위한 생산기술의 진화
저온에서 경화되는 도료 개발
기존 140℃ 경화→90℃로 낮춰
도장라인의 에너지 40% 절감

[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장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차(005380)는 기존 섭씨 140도에서 20분 걸리던 상도 경화 공정을 90도에서 20분 간 진행하면서도 동일한 도장 품질을 유지하는 도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자동차 도장 공정은 크게 전처리, 하도도장, 중도도장, 상도도장의 4단계로 완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온 처리로 도료를 단단하게 굳히는 공정을 경화 공장이라고 한다.

기존 도료에는 140도 이상이어야 경화되는 멜라민이 함유됐지만, 현대차가 새로 개발한 도료에는 멜라민 대신 90도를 넘으면 경화되는 이소시아네이트 성분이 적용됐다.

50도가 더 낮은 온도에서 경화되는 새로운 도료 활용으로 온도를 과도하게 높일 필요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도장 공정은 자동차 제조공정 중 에너지 사용 비중(43%)이 가장 크고 그에 따른 탄소 배출도 가장 많은 공정으로 꼽힌다.

이번 도료 기술이 상용화되면 관련 부문에서 탄소배출과 가스 사용량이 각각 40% 줄어들 것으로 현대차는 예상했다.



특히 이 기술을 국내외 모든 현대차 공장에 적용하면 자동차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연간 이산화탄소 1만6000여t을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소나무 200만그루, 면적 기준으로는 산림 1600만㎡가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이다.

도장라인을 통과하고 있는 G80 차체. 고온 경화 공정(왼쪽)과 저온 경화 공정의 차이를 비교하는 이미지.(사진=현대차)
저온 경화 공정 통과한 G80 차체.(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저온 경화 기술은 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도장 품질 향상에도 큰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고온 경화 공정에는 차체와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 범퍼나 휀더 등은 적용하기 어려워 협력사에서 도장된 채로 받아서 조립했지만 저온 경화 공정을 적용하면 복합재로 이뤄진 부품도 한 번에 도장 및 경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차체와 범퍼, 휀더 등의 색상이 달라지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양한 재질이 적용될 PBV나 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도장에도 광범위하게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울산 5공장에 이 기술을 시범 적용해 제네시스 G80 차량을 시험 생산했으며 지속적으로 운행 및 모니터링하면서 기술의 본격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저온 경화 기술은 현대차가 단순히 차량을 판매한다는 개념을 넘어 차량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고려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도장 공정에서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현대차의 2045년 탄소중립 목표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고온 경화 공정을 통해 양산한 GV90(왼쪽), 저온 경화 공정을 통해 생산한 시험차(오른쪽) 비교 이미지.(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