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안 마시는 와인의 나라…포도밭 갈아엎는 프랑스

by박종화 기자
2023.08.28 09:59:09

남아도는 와인 2.5억ℓ, 향수·소독제 등으로 증류
건강 바람·인플레에 佛 와인 소비량 20년 새 3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소비량 감소로 2억리터(ℓ)가 넘는 와인을 폐기될 위기다. 일부 농가는 아예 포도밭은 갈아엎고 있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는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인 농가에 2억유로(약 28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프랑스는 연초에도 유럽연합 기금을 통해 1억6000만유로(약 2300억원)을 와인 농가에 지원했는데 1년이 안 돼 추가로 지원 예산을 편성한 셈이다.

추가 지원 예산은 남아도는 와인을 증류해 향수·소독제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공업용 알코올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통해 6600만갤런(약 2억5000만ℓ)에 이르는 와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 수영장 1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포도밭을 갈아엎고 숲을 조성하거나 휴경지로 놀리는 농가에도 보조금을 주기로 했는데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명산지인 보르도에서만 약 1000개 농가(9200㏊)가 포도 농사를 그만 짓겠다고 손을 들었다.



아크 페노 프랑스 농업부 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가격 폭락을 막고 와인 생산자들이 다른 수익원을 찾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와인 생산량을 줄이려는 것은 소비가 위축하면서 와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프랑스의 1인당 평균 와인 소비량은 2002년만 해도 70ℓ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47ℓ로 줄었다.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류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주류시장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젊은 층에선 와인 대신 맥주나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치솟은 물가에 허리끈을 졸라매는 소비자가 늘면서 와인 소비는 더욱 가파르게 감소했다. 프랑스 와인업계에선 올해 와인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3억ℓ가량 밑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페노 장관은 “와인 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소비자의 변화를 고려해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