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코스프레, 헌팅포차 '만석'…노마스크 첫 성탄절, 안전관리 총력

by조민정 기자
2022.12.25 15:49:35

한파 속 홍대거리…성탄절 맞아 '인파' 모여
경찰·지자체, 통행로 확보 등 안전관리 총력
홈파티, 근교여행…'조용한 성탄절' 즐기기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애기들 사탕 줄까요? 산타클로스가 주는 거예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빨간 선물 보따리를 든 채 거리를 거닐던 이모(22)씨는 어린이들을 발견하자 웃으며 외쳤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분을 내고 싶던 이씨는 코스프레를 하기로 마음먹고 홀로 거리를 나왔다. 선물 보따리에서 나온 젤리와 사탕을 본 어린아이들은 “저도 주세요”라며 성탄절을 즐겼고, 이씨는 “이벤트성으로 기획했는데 기분이 좋네요”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통행로 확보를 위한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시민들이 일방통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24일 이데일리가 찾은 홍대 거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목도리를 매고 패딩을 입은 채 외출한 이들을 비롯해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3.5도를 기록한 한파 속에서도 홍대클럽거리는 헌팅 포차와 감성주점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참사 여파로 안전 관리 우려가 커진 가운데, 거리 곳곳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배치되면서 평소와 다른 모습도 나타났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홍대거리엔 ‘시민통행로’라고 적힌 안내 배너를 중심으로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시민들이 양방향 일방통행을 하며 거리를 거닐었다. 인파가 밀집한 도로에 차량이 진입할 땐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시민들 안전에 힘썼고, 노란 조끼를 입은 마포구 관계자들은 “안전거리 확보”, “질서유지는 ‘나’부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니며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나온 홍모(27)씨는 “크리스마스에 홍대거리를 처음 와봤는데 사람이 많긴 하다”며 “경찰도 나와 있고 그래서 안전 문제는 안심이 된다”고 했다. 친구와 저녁 모임을 나온 김모(22)씨는 경찰의 안전관리에 대해 “사실 오늘 말고 이태원 참사 때 했어야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성탄절이 있는 이번 주말 동안 서울 명동·강남역·홍대, 부산 광복로 등 전국 37개소에 50만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인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해당 기간 경찰관 656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한 경찰청은 “주최자가 없어도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의 관할 지자체에서 지역안전위원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관계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기동대와 장비를 적극 투입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현장에 나온 경찰관들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한편 이태원참사 여파로 인파를 피해 ‘조용한 성탄절’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다. 친구와 홈파티를 계획한 한모(28)씨는 “밖에 나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위험할 것 같아 집에서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기로 했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근교 여행을 떠난 김모(31)씨는 “서울은 너무 복잡해서 이번 성탄절엔 경기도 남양주에 가서 조용히 쉬고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연말연시에도 다양한 새해맞이 행사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며 경찰과 지자체는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찰은 새해를 맞이하는 주말 동안 전국 269개소에서 124만여 명이 참석해 해넘이·타종·해맞이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말연시에 열리는 각종 행사를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새해맞이 행사엔 지자체 등과 협의해 경찰력 배치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