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노원 학원 주변 전세 매물 0"…때이른 ‘학군지’ 전세난

by황현규 기자
2021.08.01 14:17:28

중계 청구3차 아파트, 780가구인데 전세 0
7월 마지막주 전셋값 상승률…양천,노원 1·2위
“임대차법에 방학 시기까지 겹쳐…학군 수요 몰려”
입주물량 줄어드는 하반기, 전셋값 더 오를 가능성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센트럴푸르지오는 810가구이지만, 전세매물은 단 2개에 불과하다. 모두 전용면적 59㎡으로 나머지 84㎡의 전세매물은 0이다.

매물가격은 심지어 1년 전과 비교해 2억 5000만원이 뛴 7억원 수준이다. 노원구에서 드문 신축 아파트인데다가 인근 중계동 학원가하고도 가까워 대표적인 ‘학군 수요지’로 꼽힌다. 해당 아파트를 중개하는 C공인은 “상계동이나 중계동은 학원이 밀집돼 있어 학군 지역으로 꼽히는데, 방학에 맞춰 이사를 하려는 수요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군지 전셋값이 불안해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등이 대표적이다. 새 학년(3월)과 새 학기(8~9월)를 맞기 전 방학을 이용해 학군지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노원구와 양천구 전셋값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입주물량 감소로 하반기 전셋값 상승이 예상되면서, 겨울방학이 아닌 미리 여름방학 시기에 이사를 하려는 수요까지 겹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1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에서 50가구 이상 아파트 중 전세 매물이 0개인 아파트는 8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청구3차 아파트는 780가구 규모이지만 현재 나온 매물은 전혀 없다. 1996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구축 아파트이지만 중계동 대표 학군 아파트로 꼽힌다. 노원역, 상계역, 중계역과도 거리가 있지만 초등학교를 품은 단지인데다가 학군이 우수한 을지중과도 가깝다. 인근 A공인은 “사실 생활 여건으로만 놓고 보면 인근 아파트가 더 편하겠지만, 인근 학교만 놓고 보면 청구3차 아파트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보통 학군지는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이 성수기인데, 이번 여름방학 시즌에 유난히 전세 매물이 귀하다”고 설명했다.

중계동 청구라이프신동아 아파트 전용 138㎡은 지난 8일 11억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는데, 이는 3월 거래가인 9억원보다 2억원 높은 가격이다. 2년 전 전세가격인 5억 2000만원보다 6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다른 학군지인 양천구 목동의 사정도 비슷하다. 약 2000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 1단지의 전세매물은 2건에 불과하다. 전용 88㎡의 전세 매물 가격은 12억원으로 올 1월 전셋값 9억원보다 3억원이 뛰었다. 인근 K공인은 “목동은 학원도 좋고 중고등학교 우수한 대표 학군지”라며 “주로 인근 강서구나 마포구에서 이사를 오려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어차피 이사할 바에 지금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통계로 봐도 노원구와 양천구의 전셋값 상승이 서울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7월 마지막주 양천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0.29%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노원구는 0.23%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은 “방학 이사철에 맞춰 학군 수요가 몰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아파트 모습
전문가들은 앞으로 입주 물량 감소로 하반기 전셋값이 더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군지의 전셋값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는 1만756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감소한 것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는 27.4% 줄었다. 통상 입주시기에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아 전세난이 일시적으로 풀리는 때라고 본다. 그러나 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서울이 전체적으로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앞서 언급한 노원구와 양천구 등에는 입주물량이 전무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노원, 목동 등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학군지는 늘 방학 이사철에 성수기를 맞이했는데,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학군지의 전셋값 상승이 더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도 “앞으로 전셋값이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미리 가고 싶은 지역을 선점하는 효과도 겹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