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방탄인사'…불법 출금·월성 원전 남은 수사는?

by이성웅 기자
2021.06.06 16:49:28

법무부,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 단행
주요 정권 관련 수사 지휘부에 친정부 성향 인사 포진
'김학의 사건'은 수원지검부터 대검까지 줄줄이 교체
검찰 직제개편에도 관심…'편향 수사' 우려도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지난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따라 현 정권과 관련된 주요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 책임자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사진=방인권 기자)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일 대검검사급 검사 41명의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대표적으로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직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장의 교체. 기존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되고 김오수 청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노정환 청주지검장이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이 사건은 현 정권의 전·현직 고위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사건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지우거나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첫 재판을 마쳤다. 그러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산업부 공무원들과 원전 경제성 평가를 맡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의사 결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일선에서 지휘를 맡고 있던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대검의 사건 처리 지연에 항의성 사표를 내면서 공석에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의 군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김학의 불법출금 금지의혹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채널A오보사건’ 관련 내부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결국 수원지검→수원고검→대검 반부패·강력부로 이어지는 수사 라인이 모두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교체된 셈이다.

김학의 사건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 비서관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함께 불법 출금 과정 전반을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이른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자리엔 박범계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승진 발령났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아직 인사가 시행되기 전인만큼 성향이나 학연 등에 의해서 향후 수사 결론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김 총장이 취임 전부터 중립성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논란 없는 수사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