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에볼라 막자"…G7·세계銀 전염병 기금 조성

by권소현 기자
2016.05.22 14:13:43

G7 재무장관 회담서 5억달러 PEF 창설 합의
전염병 발생하면 즉각 기금 투입…확산속도 저지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는 기금이 조성된다. 개도국에 전염병이 돌면 빠르게 집행해 확산을 막는 일종의 전염병 보험으로 활용된다.

세계은행은 21일(현지시간)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5억달러(약 5958억원) 규모의 전염병긴급지원기구(PEF) 창설을 선언했다. G7 국가가 3년에 걸쳐 조성할 계획이며 우선 일본이 5000만달러를 출자했다.

전염병의 규모나 심각성, 속도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기금이 투입된다.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PEF가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서는 공식 기관이 되는 셈이다.

PEF는 아울러 보험에 가입해 전염병이 발생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한편 전염병 대재앙(catastrophe)의 앞글자를 딴 ‘캣’(cat)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 채권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문제의 전염병이 대유행할 경우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PEF 출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뿐 아니라 보험 가입을 위해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뮌헨리와도 협력했다.



다만, 보험금 지급 대상은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전염병이나 에볼라, 말부르그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 특정 전염병에 국한된다. 현재 중남미에서 유행하는 지카 바이러스는 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세계은행은 지카를 비롯해 널리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의 경우 별도로 1억달러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EF 창설은 지난 2014년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볼라가 창궐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에볼라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이를 막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렸다. 2014년 6월에 이 기금이 존재해서 1억달러만이라도 집행할 수 있었다면 에볼라 확산 속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세계은행은 보고 있다. 에볼라 확산 방지 기금을 모으는 3개월 동안 에볼라 감염자는 10배로 늘었다.

결국 에볼라로 인해 1만1300명이 사망했고 1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모은 구호기금 7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에볼라로 인해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의 국내총생산(GDP)은 28억달러 날아갔다.

김 총재는 “허리케인 속도나 지진 강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발생 궤도를 바꿀 수는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으로 충분한 자금지원이 이뤄진다면 많은 생명을 구하고 경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