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세포 자살 유도하는 약물조합 발견
by김혜미 기자
2012.11.19 11:34:38
조광현 KAIST 연구팀, 암억제 단백질 제어방법 연구
기존 약물과 새로 발견한 약물 조합시 암세포 사멸 유도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국내 연구진이 암 억제 유전자의 분자조절 네트워크를 제어, 유방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최적의 약물조합을 찾아냈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팀은 암 억제유전자로 알려진 ‘p53’과 관련된 실험데이터를 집대성한 수학모형을 구축하고,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p53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시그널링’지 11월20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p53은 ‘유전자의 수호자’로 잘 알려진 암 억제 단백질로, 몸의 세포가 손상되거나 오작동할 경우 손상된 DNA의 복제를 억제하고 복구를 시도하는 역할을 하며 만약 세포가 복구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 지금까지 암세포는 p53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암 치료에 집중적으로 연구돼 왔다.
조 교수팀은 그러나 p53이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신호전달 네트워크 속에서 조절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변이조건에 따른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세포 생물학 실험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핵심 조절회로가 발견됐으며 p53의 동역학적 특성 변화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음이 규명됐다.
특히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의 네트워크 모형에서 핵심회로를 억제하는 표적약물(Wip1 억제제)과 기존의 표적항암약물(뉴트린, nutlin-3)을 조합하면 유방암 세포 사멸을 매우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는 실제 유방암 세포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됐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직관적인 생물학 연구가 가진 한계를 시스템 생물학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특히 암세포 조절과정을 네트워크 차원에서 분석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