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1.31 10:42:35
MY SOUL FOOD
지친 하루 위로해주는 옛 친구같은 너 ''양푼이 비빔밥''
[조선일보 제공] 기운 없을 때, 우울할 때, 몸과 마음이 축 처질 때 찾게 되는 옛 친구 같은 음식 있으신가요. '영혼의 반려자''운명적 동반자'를 뜻하는 '소울 메이트(soul mate)'처럼 지쳐 쓰러지기 직전 한 숟갈 떠먹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펄펄 나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음식 말이죠. 설을 앞두고 고향집 아궁이가 생각나는 촉촉한 '소울 푸드(soul food)'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가 살던 서울 청담동은 '농촌지역'에 가까웠습니다. 주변에서 '피자'라는 걸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간혹 '시내'에 나가서 피자를 사먹었다는 '있는 집 아이'의 말에 따르면 당시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던 소시지가 잔뜩 올라간 빈대떡 같은 빵이라고 하더라고요. 누구네 아버지가 그걸 한입 드시고 토하셨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셨는데, 구할 길 없는 피자를 대신해 일종의 '가정식 피자'인 '라면 파이'를 만들어주시곤 했습니다. 계란에 양파나 당근을 다져 넣고 두툼하게 부쳐요. 그 다음 라면을 면만 삶아서 위에 올립니다. 라면이 식기 전에 치즈를 덮고 케첩을 뿌리면 스멀스멀 녹으면서 말로만 듣던 피자와 비슷한 모양이 돼요. 적어도 제 눈엔 그랬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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