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국민銀)②M&A의 덫

by김현동 기자
2007.08.24 13:46:38

외환銀 인수, HSBC로 주도권 이동
KGI證 인수 실패..한누리證 인수 난관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규모가 크면서 속도 빠른 조직만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강정원 행장이 한 말이다.

강 행장의 당시 발언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확고부동의 1위 은행 자리를 차지하면서, 동시에 발빠른 해외 진출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뱅크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은 지난해 말 론스타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중단된 상태. 더구나 현재 외환은행 매각작업은 국민은행이 빠진 채 HSBC와 론스타간의 단독 협상으로 진행 중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뒤 국민은행은 증권사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4월에는 KGI증권 인수전에 참가했고 최근에는 한누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KGI증권은 솔로몬저축은행의 손에 넘어가버렸고, 한누리증권 인수전에서는 SC제일은행의 참가로 인수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한 발 앞선 인수합병(M&A)으로 자체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고, 은행들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던 국민은행의 전략은 잇단 M&A 실패로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국민은행이 잇따라 M&A에 실패하는 사이 경쟁은행들은 발빠르게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강정원 행장에게 외환은행 인수는 내부 성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국민은행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소매금융 부문과 외환은행의 도매금융 및 해외영업을 합칠 경우, 규모 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행장은 지난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 직후 "외환은행과 합쳐지면 해외로 나가는 게 훨씬 빨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준비하는 게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온다면 안 볼 이유가 없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재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강 행장의 이 같은 바램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세계 2위 은행인 HSBC가 론스타와 단독으로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목을 매는 사이,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고, 우리·신한·하나은행 등은 중국 현지법인 설립에 착수하며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국민은행은 올들어 증권사 인수로 발길을 돌렸다. 시중자금이 은행권에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인해 증권사를 통한 투자은행(IB) 육성 필요성이 갈소록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지난 3월 KGI증권 인수전에 나섰고, 실사까지 벌였으나 막판에 가격 문제를 들어 최종 입찰 참가를 포기했다. 국민은행의 입찰 포기로 KGI증권은 결국 솔로몬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국민은행(060000)은 KGI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에도 증권사 인수 작업을 계속 벌여 최근에는 한누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한누리증권 인수 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국민은행의 한누리증권 인수작업에 SC제일은행이라는 복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결과까지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KGI증권에 이어 한누리증권까지 인수에 실패한다면 국민은행의 M&A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이 증권사 인수에 주춤한 사이 신한지주는 자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의 덩치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역시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등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민은행이 성장은 정체되고 속도까지 느린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