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석 기자
2004.02.06 10:50:00
[edaily 김진석기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라며 "즉각 정치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국회의장과 의원여러분 !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여러분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오늘 저는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자는 주제로 말씀드리고자합니다. 정치는 무엇입니까? 국민을 잘살게 해주는 것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정쟁의 정치, 반민생의 정치를 제대로 된 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월 11일 전당대회 이후, 저는 민생현장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남대문 재래시장, 택시기사식당, 쪽방동네 독거노인들, FTA 피해농가, 그리고 세계에서 공장하기 제일 좋다는 중국의 칭따오, 폐업상태에 내몰리고 있는 마장동 우시장과 독산동 축산시장, 면접시험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방대학의 학생도서관, 사람을 못 구해 쩔쩔매는 제조업 공장, 우리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복지시설들, 민생의 아픔이 있고 민심이 펄펄 끓고 있는 현장을 한날한시도 쉬지 않고 있는 힘껏 찾아가고 만났습니다.
많은 말씀을 들었고 많은 욕을 들었습니다. ‘서민들은 각자 알아서 먹고 살든 말든, 죽든 말든 정치인들은 패거리 싸움이나 한다’는 질책 앞에 부끄러웠습니다. ‘정치인은 인간도 아니다’는 말까지 듣고도 한마디 항변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독산동 우시장에 갔을 때 돼지머리하나를 6,000원에 샀습니다. 그나마 며칠 만에 처음 하나 판 것이었고, 옆 가게에서는 소꼬리를 열흘 동안 한개도 팔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과장된 광우병 보도의 홍수 속에 축산유통업체와 축산농가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곰탕집, 설렁탕집이 몇 달째 텅텅 비어 있습니다.
농림부 장관께서 하느라고 하고 계십니다만 이 문제는 농림부에만 맡겨둘 일이 아닙니다. 정부전체가 총력 대응해야 합니다. 홍보만 제대로 해줘도 문제는 상당부분 풀리게 돼있습니다.
정치는 무엇입니까? 90년대 초 4,500개이던 전국의 재래시장이 10년 만에 1,200개로 줄었습니다. 선진국 치고 재래시장 없는 나라가 없습니다. 전국 재래시장 전체의 매출이 대형할인마트 체인 하나의 매출보다 적습니다.
재래시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다 나와 있습니다. 다만 행동이 없을 뿐입니다. 정부부처간의 장벽이 걸림돌이 되고 있고 여의도 국회는 재래시장의 고통과 절규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앞으로 17대국회가 구성되면 맨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육성법개정에 착수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
[우리는 과학기술로 먹고 살아야 합니다]
지난 1월 16일 저는 중국 칭따오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9시에 출발해 한국 기업이 투자한 현지공장을 살펴보고 기업가들과 토론하고 그곳에 고등학교를 방문한 뒤, 오후 6시에 영종도에 돌아왔습니다. 제주도보다 가까운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땅이 있었습니다.
인구 700만의 도시, 칭따오는 작년에 43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올해 목표는 50억불입니다. 이 가운데 27억불은 한국에서 투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임금은 우리의 10분의 1이고 땅값은 40분의 1, 그리고 24시간 전화 한 통화면 즉각 현장으로 달려와 외국 투자기업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자본과 공장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투자의사만 있으면 6일 만에 모든 수속절차를 완료해 주고, 2달 후면 제품이 나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국의 정치이자 정부였습니다.
중국을 이끌고 있는 공산당 상무국 중앙위원 9명은 모두가 공과대학을 나온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수능 상위권 학생의 이공계 진학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공계를 나온 학생들의 상당수가 다시 법대나 의대에 편입하고 있습니다.
2주 전 대전에 있는 KAIST에 갔을 때,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복제 소 ‘영롱이’를 만들고 광우병 내성 소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박사가 며칠 전 한 칼럼에서, 자신의 연봉이 5000만원이 안되고 아직도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서는 이공계를 살려낼 수 없습니다. 우선적으로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기업에서는 발광체 다이오드를 개발한 기술자에게 20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우리도 신기술을 개발한 사람에 대한 보상체계를 획기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과학기술부에 오명 장관이 취임하신 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공계 출신들이 돈을 많이 벌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하루속히 마련해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중국을 다녀와 영종도 공항에 내리며, 저는 두 가지 아주 평범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는 과학기술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Kg에 천원하는 섬유공장이 중국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1Kg에 백만원 하는 노트북 공장과 반도체 공장마저 중국으로 가게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미래의 한국경제는 고도기술 산업으로 가야합니다. 우리는 기술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먹고 살 수 있도록 연구개발 산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여기에 돈을 투자하고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온 국민이 뜻을 모아 고도 기술 산업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모국어로 구사하는 중국동포들이 있습니다.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중&8901;고등학교의 원어민 교사로 초빙해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중국어를 제대로 가르치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이 시대는 일자리가 최고의 인권입니다]
이 시대 민생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갔다 와도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노는 수십만 명의 청년들을 이대로 두고는 미래로 전진할 수 없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투자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 투자의 걸림돌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쟁의 정치입니다.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S&P는 한국의 이번 4.15총선을 주목한다고 했습니다. 정치안정을 이루냐 못 이루느냐가 한국경제가 도약으로 가느냐 좌절하느냐의 갈림길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개혁과 정치안정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 입니다.
둘째는 노사관계의 안정입니다.
저는 지난 1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국가경제지도자회의’를 제안했습니다. 경제 5단체와 양대 노총, 대학 총장들, 여야 정당대표, 그리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각계 지도자들이 모여 노사관계 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타협을 시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2월 19일 경제지도자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회의에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한 민노총의 새 지도부가 참여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기대합니다.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3야당 대표들께서도 적극 참여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같은 협의체를 통해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해소하고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면, 외국인투자와 함께 내국인 투자 분위기도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규제입니다.
기업인들은 규제가 테러보다 무섭다고 말합니다. 지난 98년부터 정부 내에 ‘규제개혁위원회’가 설치되 규제 건수를 줄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기업하는 분들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한 경제단체장께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그만두고 ‘기업할 수 있는 나라’라도 만들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국회 내에 민간과 외국기업, 그리고 정부와 여야가 참여하는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아울러 ‘규제개혁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 우선적으로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 투자 사이에 존재하는 역차별을 시정해야 합니다. 속속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국내기업을 붙들어 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즉 국내투자자든 해외투자자든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처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OECD의 권고사항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국내기업의 투자의욕이 왕성해 오히려 과잉 중복투자가 문제가 됐습니다. 따라서 특별히 국내기업에 투자를 더 많이 하라고 인센티브, 즉 당근을 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기업의 투자의욕이 위축되고 공장의 해외이전이 지속되면서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문제가 돼있습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이 행정민원을 신청 했을 때, 일정 기간내 명확한 사유를 붙여 거부하지 않으면 당연히 처리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행정민원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제도를 국내기업에도 비슷하게 적용한다면 획기적인 규제철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입니다.
최근 일자리창출을 위해 각 부처가 의욕적으로 내놓고 있는 방안들은 그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고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는 돈이 끊어지면 그것으로 일자리도 사라지고 맙니다.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에는 민간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재경부가 기업이 추가로 인원을 고용할 경우에 일인당 백만 원의 세액 공제 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민간의 고용촉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민간 부문에 대한 고용지원 비중이 형편없이 낮습니다. 고용지원 전체 예산의 불과 10%만이 민간부문에 지원되고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는 50%, 영국은 60%, 이탈리아는 80%를 민간지원을 통해 고용을 창출합니다. 일자리창출의 중장기적 효과를 위해 우리도 민간고용지원을 늘려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쟁의 정치 중단하고 민생으로 경쟁합시다]
저는 엊그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께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으신 여러 가지 제안들에 대해 적극 찬성합니다. 행정서비스에 있어 원스톱 체제를 만들고 고부가가치산업에 대해 ‘지원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말씀을 듣고 적극 공감했습니다.
특히 정쟁을 중단하고 여야가 함께 손잡고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위해 한나라당이 앞장서겠다는 말씀이 제일 반가웠습니다. 말씀을 하셨으니 이제 남은 문제는 ‘실천’입니다.
정쟁을 중단하자는 최대표님의 말씀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먼저 청문회부터 취소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동으로 청문회를 밀어붙였습니다. 93명의 증인을 마구잡이로 채택했습니다. 그들 모두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하거나 특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정조사법에 보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청문회가 소추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명백한 수사간섭입니다. 더구나 담당검사와 검사장, 검찰총장까지 청문회 증인으로 불렀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이분들을 제외한 사실만 봐도 이것은 정상적 청문회가 아니라, 상식을 벗어난 의회권력의 폭거라는 증거입니다. 국민들 정서에 비춰보면 떼도둑이 검사를 불러 심문하겠다는 격입니다.
[정쟁 청문회 그만 두고 경제 대토론회 합시다]
청문회가 진행되면 나라는 또 다시 정쟁으로 어수선해 질 것입니다. 우리당을 포함해 16대 국회의 정치인 모두는 누구를 불러내 심문할 자격이 없습니다. 다수당이라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여 싸움하는 정치야 말로 청산대상 1호, 구정치입니다.
국민은 힘이 정의가 되는 정치가 아니라, 정의가 힘이 되는 사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제안하겠습니다. 정쟁을 불러올 청문회 대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토론회를 합시다. 여야 각 당 대표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무엇이 걸림돌이 되는지, 그리고 각 정당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한다면, 우선 국민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여기서 정쟁의 정치의 폐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한나라당의 홍준표의원이 1300억어치 예금증서(CD)를 들고 나와 노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이라고 깜짝 놀랄 폭로를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이것이 한 달 전 영등포 경찰서에 사기사건으로 등록된 가짜 CD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야당이 걸어온 폭로정치의 종말이 드러났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면책특권의 등 뒤에 숨어서 비겁한 폭로를 해온 무책임한 정쟁정치의 막을 내려야 합니다. 홍의원 개인은 물론 제 1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책임을 지셔야합니다. 어떻게 지시겠습니까?
어제와 그제 두 야당대표께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개헌을 말하고, 대통령 탄핵을 들먹거렸습니다. 이것 역시 안정을 해치고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려는 그 어떤 세력도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하지 맙시다. 진짜로 싸움판 정치를 끝내고, 폭로를 끝내고, 민생경제를 놓고 경쟁하는 새 정치로 갑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돈 정치와 지역주의를 반드시 청산합시다]
우리 아들딸들의 취직자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치혁명입니다.
첫째, 정치혁명은 돈과 선거, 돈과 정치를 끊어내는 일이고, 두 번째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일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위해 나온 당입니다. 지난 연말 야3당은 정치관계 4법 - 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을 날치기로 개악 처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저희 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몸을 던져 막았습니다. 참으로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오늘 정치관계 4법은 천지가 개벽했습니다. 정치개혁을 뒤로 돌리려는 야3당의 시도는 완전히 무산됐습니다. 어제까지 4당간의 합의에 도달한 정치개혁법의 내용은 가히 혁명적입니다. 야3당이 늦게나마 개혁에 길에 동참해 준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아직 의원정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만 지역구 의원이 몇 명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것에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본질은 돈선거와 조직선거를 확실하게 차단하는 것, 그리고 돈과 정치와의 관계를 단절 시키는 것. 이것이 핵심입니다.
4.15 총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정치가 지역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 열명 중 여섯명이 이번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완화 될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제주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열여섯개 시도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는 정당이 탄생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저는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자기희생의 결단을 하고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의원들께 존경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여러분 !
[불법자금 국고환수법을 제정하겠습니다]
16대 국회는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입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께서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당사를 팔아서라도 갚겠다고 한 약속을 높게 평가합니다. 꼭 실천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다만 대선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1억 2천만 원의 불법지원금을 받았다는 고백을 한 바 있습니다. 미운털이 박힌 안영근 의원이 그만큼 받았다면 한나라당의 주류의원들에겐 얼마나 많은 불법자금이 지원됐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모두 고백하고 반납해야합니다. 아울러 검찰은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불법자금의 출구조사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합니다. 불법자금이 들어온 입구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누가 어디에 썼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우리당 역시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불법자금으로 수도권 지구당 별로 500-1,500만원 가량 지원된 사실이 있습니다. 당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모두 거두어 반납하겠습니다.
돈이 모자라서 반납하지 못하는 부분은 국고로부터 받는 정당보조금을 삭감해서라도 갚겠습니다.
우리당은 앞으로 원내 1당이 되면 ‘불법자금국고환수특별법’을 17대 국회 제 1호 법률로 제정하겠다고 이미 밝힌바 있고, 이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의원여러분 !
[책임 있는 자세로 16대 국회를 마무리 합시다]
16대 국회가 해야 할 마지막 책무는 FTA동의안 비준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미 토론은 충분히 했습니다. 각 당의 당론도 정해졌습니다. 남은 것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FTA로 피해를 보게 될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FTA 때문에 농민의 수입이 100원에서 90원으로 줄지 않고 100원에서 110원, 120원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습니다.
20년 이상 묶은 농업관련 법 450개를 전체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우리 농민은 연평균 17%의 이자를 물고 영농자금을 썼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같은 나라는 연평균 1% 짜리를 써왔습니다. 우리도 그런 조건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800만명의 초·중고생들이 우리땅에서 생산된 우리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을 바꾸겠습니다. 미국,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 왜 못한단 말입니까? 16대 국회에선 못했지만 17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이라크 파병 동의안도 그동안 많이 기다렸습니다. 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또 오는 6월이면 이라크 현지에 새정부가 출범합니다.
이라크파병은 이라크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해 성공적인 파병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합니다.
파병에 앞서 이라크의 민심을 얻는 노력이 긴요합니다. 물자지원도 적극적으로 하고 현지 인사들도 초청해서 한국과 이라크 간에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입니다. 그동안 표류해온 파병동의안을 2월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백범정신으로 정치혁명을 이루겠습니다]
우리당은 지난 월요일 아침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들과 함께 효창원에 있는 백범선생묘소와 독립지사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정당차원에서 효창원 참배를 한 것이 우리정치사에서 처음이라는 말을 듣고 송구스러웠습니다.
백범의 아드님 김신 장군으로부터 백범선생께서 직접 쓰신 ""良心建國""이라는 휘호를 기념으로 받았습니다.
양심건국!
해방공간 속에서 양심건국을 외치신 백범의 정신은 50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이 결정적입니다. 우리가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역사가 몰락으로 가느냐, 새로운 세계역사의 전초기지로 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21세기 초반을 잘못가면 아마 22세기는 우리역사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100년의 비전을 갖고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정치혁명’과 ‘좋은나라만들기’에 진력을 다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민생챙기기가 새 정치입니다]
저를 끝으로 3당대표 연설이 모두 끝났습니다. 다음주에는 대정부 질문이 시작됩니다. 다시 무책임한 폭로와 정쟁을 되풀이할 때 국민들이 얼마나 허탈해하고 분노하겠습니까? 오욕으로 점철된 16대 국회의 대미를 그렇게 장식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 연설이 끝나면 다시 민생 속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텅텅 비어 있을 전국의 재래시장과 하루 만원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택시기사님들, 쪽방동네의 독거노인과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농민들, 그리고 복지시설의 외로운 아이들을 찾아가겠습니다.
고통 받는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저는 어제 우리당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닭번개""를 제안했습니다. 오늘과 내일 전국 각지에서 우리당 당원들과 가족들, 그리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삼삼오오 닭고기 집이나 오리고기 집에 모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참사랑은 무엇이며 참정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토론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연설 서두에 말씀드리고자 했던 새로운 정치입니다. 우리는 오늘 당장 진흙탕 뻘밭에서 빠져나와 민생의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16대 국회가 실패했다면, 17대 국회는 반드시 그런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됩니다. 구시대 낡은 정치는 이번 16대 국회를 끝으로 역사 속에 묻어버려야 합니다.
이번 4.15 총선은 용광로가 될 것입니다.
4.15 총선이 끝나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행복한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