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성 기자
2000.06.01 19:22:18
현대 정몽구 몽헌 회장의 갈등 증폭은 현대차 중심의 자동차 소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동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대차의 의지대로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 분리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대차가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한층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이는 현대차의 향후 발전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계열 분리 작업 어떻게 돼가나= 현대차는 내주중 계열 분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루라도 빨리 그룹에서 분리, 독자 노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다.
현대차 소그룹은 현대정공, 현대차, 기아차, 현대캐피탈 등 4개사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정공, 현대차, 기아차의 최대주주는 각각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차 등으로 순환출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현대캐피탈의 대주주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측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이사에서 물러나면 동일인 한도가 해소돼 계열 분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차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는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의 이사로 등재돼 있어 계열분리 조건인 동일인한도 3%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건설의 현대차 지분은 공정거래법상 등재이사인 정 명예회장의 6.8%를 포함한 9.6%로 인정되고 있는 상태다.
◆자본 등 전략적 제휴 가속도= 현대차는 기아차를 포함해 현재 300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10위 정도의 생산량으로 단연 국내 최대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이들 두회사를 합쳐 70% 정도.
하지만 르노의 삼성차 인수, 대우차 매각, 일본 자동차업체의 진출 가속화 등으로 현대차는 그 어느 때 보다 위기감에 쌓여 있다.
르노는 삼성차 인수 이후 생산량을 현 24만대에서 50만대로 늘려 SM5는 물론 닛산 센트라, 르노 일부 차종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형차에서 준중형급까지 르노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우차 입찰에는 GM과 포드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GM은 대우차 인수를 계기로 든든한 아시아 기지를 확보,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세계 2위 업체 포드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포드도 GM 못지않게 대우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현대차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해외 유수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대우차 입찰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빅5로 재편되고 있는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 터전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세계자동차 시장은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빅5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르노 닛산 혼다 등이 빅6~7위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는 상용차 부문과 승용차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해프닝을 겪기도 했지만 미쓰비시-다임러크라이슬러와 월드카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와는 자금 유치를 통한 자본 제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형제간의 갈등을 계기로 계열 분리에 가속도를 붙인 현대차 소그룹은 해외유수업체와 효과적인 적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느냐가 향후 성장에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직력 강화 효과= 정몽구 회장이 작은 아버지인 정세영 회장을 제치고 회장으로 들어서면서 현대차의 조직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출신이 대거 임원으로 자리잡고 정세영 라인이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출신은 현대차와 기아차로 지속적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출신이 홀대를 받는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런 와중에 이번 형제간 갈등은 현대차 소그룹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내에서 현대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출신 보다는 현대차 직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