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임기 끝났지만 임시의장으로 잔류…‘워시 체제’ 앞둔 연준 내홍 확산

by김상윤 기자
2026.05.16 06:47:36

연준 “워시 취임 선서 때까지 파월 임시의장 유지”
보먼·마이런 “무기한 지정 반대”…내부 이견 공개 표출
워시 “연준 체제 전환 필요”…통화정책 대수술 예고
이란 전쟁發 인플레 재확산 속 6월 FOMC 첫 시험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임기 종료와 함께 ‘임시 의장’ 자격으로 연준에 잔류하게 되면서 차기 의장인 케빈 워시 체제 출범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워시는 연준 정책 전반에 대한 ‘체제 전환(regime change)’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인 만큼 향후 연준 내부 권력 지형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개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이 공식 선서할 때까지 제롬 파월을 임시 의장(chair pro tempore)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공식 임기는 이날 종료됐다. 연준은 “현직 의장을 임시 의장으로 유지하는 것은 과거 의장 교체 과정에서도 있었던 전례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상원은 이번 주 워시 전 연준 이사의 의장 지명을 인준했다. 다만 워시가 아직 공식 취임 선서를 하지 않은 만큼 의장 공백을 막기 위해 파월이 한시적으로 의장직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연준 내부에서도 즉각 반발을 불러왔다.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과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공동 의견서를 내고 “임시 의장 지정에 무기한 시한을 두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상원 인준을 받은 후보자가 조만간 취임할 예정인 만큼 임시 의장직은 최소 1주일 정도의 명확한 유한 기간으로 제한돼야 한다”며 “예상치 못한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 한 달까지는 수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개 반대는 단순한 절차 논란을 넘어 향후 워시 체제에서 벌어질 정책 노선 충돌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워시는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 국면에서 정책 대응에 실패했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입과 기후변화 등 비통화정책 이슈 관여로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해왔다.

워시는 특히 연준이 “길을 잃었다”며 사실상 ‘체제 전환’을 요구해왔다. 그는 연준의 대규모 자산매입 축소, 재무부와의 대차대조표 협력 강화, 연준 위원들의 공개 발언 축소 등을 주장하고 있다.

파월 의장 체제 연준은 팬데믹 초기 제로금리와 무제한 국채 매입 등 초강력 부양책으로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을 ‘일시적(transitory)’ 현상으로 판단하며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이후 연준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11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기준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렸고,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신중론이 강해지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시 체제 출범 직후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워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랜들 퀄스 전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은 NYT에 “워시는 훌륭한 연준 의장이 될 자질을 갖췄지만, 위원회 내 강한 반대 의견들을 무시한 채 혼자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며 “그것이 연준 시스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