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쏘고 '정찰위성' 주장…핵실험·ICBM 시간문제

by김호준 기자
2022.03.06 14:20:50

조선중앙통신 "5일 정찰위성 중요시험 진행"
올해 9번째 무력시위…ICBM 발사 포석 관측
우크라 사태·남한 대선 무력증강 기회로 이용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최근엔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남한 대통령 선거로 정치 정세가 혼란한 틈을 국방력 강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3월 5일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험을 통하여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자료송수신 및 조종 지령체계와 여러 가지 지상 위성 관제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5일) 오전 8시 48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270km, 고도는 약 560km로 탐지됐다.

사거리와 고도 등을 볼 때 이번 미사일은 지난달 27일 북한이 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과 비슷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당시 미사일 발사 후 북한은 “정찰위성에 탑재할 정찰 카메라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중요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찰위성은 북한이 지난해 발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 중 하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제대로 작동하는 인공위성이나 첨단 정찰자산 하나 없는 북한에게 정찰위성 보유는 숙원이자 국방 분야에서 중요 목표 중 하나”라며 “지난 1월까지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면, 오는 4월 15일 김일성의 110회 생일까지는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군사정찰위성 전력화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한 첨단 장비 수입 제한과 북한의 낙후된 기술을 미뤄볼 때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찰 기술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해당 촬영기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정찰위성 시험발사로 북한은 올해 9번째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24)과 순항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골고루 쏘아 올렸다.

이에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찰위성의 경우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ICBM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정보원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서 위성발사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 1월 국회에 보고했다.

핵실험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 영변 핵시설이 가동 중일 뿐만 아니라 추가 확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쏠려 있고, 남한 역시 대선으로 정치 정세가 혼란하다는 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측 대선 동향이 북한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자위적 국방력 강화만이 최선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과도 단기적 관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장기전을 대비해 전략전술무기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협상력 축적도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