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충격`..'알짜배기' 인천점 롯데로 넘어가나?(상보)
by정재웅 기자
2012.09.27 11:30:47
인천시, 신세계百 인천점 롯데에 매각
신세계 매출 4위 알짜 점포 넘어가
증축부지·주차타워 등 갈등요소 산적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신세계(004170)백화점이 작년 기준 매출액 4위의 인천점을 경쟁사인 롯데쇼핑(023530)에 넘겨주게 됐다. 지난 15년간 인천지역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던 인천시가 관련 부지와 건물을 롯데에 매각키로 하면서 신세계는 큰 타격을 입게됐다.
신세계는 ‘상도의에 어긋난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롯데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또 신세계가 인천점에 작년 증축한 5000평 규모의 사업장과 주차타워 문제가 남아있어 향후 양사간 갈등이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주인이 롯데로 바뀐 가장 큰 원인은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다.
인천시는 올 초부터 공무원 월급 등 4400억원을 은행에서 일시차입했다. 또 인천시교육청에 미지급한 법정전입금 1500억원, 시립 인천대 124억원, 버스 환승할인과 준공영제 등 버스 재정지원금 200억원 등을 지급하지 못했다. 여기에 인천도시철도와 인천아시안게임 등 올해에만 총 1조25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시가 보유한 각종 토지와 건물 등 자산 매각에 돌입했다. 인천시는 최근 인천교통공사로부터 인천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부지(7만6815㎡) 및 건물(연면적 16만1750㎡)의 소유권을 회수했다. 이어 지난 24일 감정평가 결과, 8632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세계와 롯데는 각각 부지개발 계획을 인천시에 제출했고 롯데가 최종 선정되면서 신세계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비록 투자약정(MOU) 단계지만 롯데가 신세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신세계가 전국에 보유한 백화점 10곳 중 작년 매출액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하는 ‘알짜배기’다.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전체 순위에서도 7위를 차지할 만큼 좋은 실적을 자랑한다.
인천점이 위치한 곳은 하루 유동인구만 3만 명을 웃도는 지역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종합터미널이 있는데다 대규모 상권이 형성된 상업중심지다. 주변에는 구월동 로데오거리 등 번화가와 시청, 시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그만큼 신세계에게 효자 노릇을 하던 곳이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다. 더구나 노른자위 상권을 경쟁사인 롯데에 빼앗기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크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15년간 허허벌판이다시피 한 상권을 일궈놨는데 이렇게 빼앗기게돼서 허탈하다”며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향후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MOU는 신세계와 롯데간 갈등의 시작에 불과하다. 더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다.
| 롯데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부지에 건설 예정인 복합 문화공간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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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작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인천점에 투자해 5000평을 증축했다. 주차타워도 세웠다. 증축한 5000평과 주차타워에 대한 임대 계약은 오는 2031년 3월까지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건물 한가운데에 신세계 백화점이 들어서는 모양새다. 주차공간도 신세계 백화점측이 롯데백화점의 수용 규모의 절반을 담당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다.
따라서 오는 2018년부터 롯데가 이곳에서 영업을 하게되면 신세계와 ‘적과의 동침’이 되는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증축한 부분과 주차타워에 대한 사용 권리가 2031년까지 남아있다”며 롯데에 자리를 쉽게 내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롯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오는 2018년부터는 롯데백화점으로 전환되는데 신세계가 그곳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며 “그쪽(신세계)이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서는 상도의에 어긋난 일이라며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롯데의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한 당연한 결과로 보는 만큼 앞으로 두 업체간 갈등이 어떤 식으로 증폭될 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