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철응 기자
2011.11.24 13:45:55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그랜저 등 일부 국내외 중대형 자동차에서 기준치 이상의 일산화탄소 차 실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최근 민원이 제기된 현대차 그랜저HG 3차종(2.4, 3.0, 3.3) 5대를 대상으로 차 실내 배출가스 유입 현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산화탄소가 1.21~36.7ppm(1ppm=1.0001%)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의 일산화탄소 허용 기준이 10ppm인 것을 감안하면 유해한 수준이다.
연구소는 그랜저 외에도 시중에 운행 중인 출고 3년 이내 국산 13차종, 수입 5차종에 대해 조사했다. 이 중 차 실내에서 10ppm 이상의 일산화탄소 유입이 확인된 차종은 기아차의 K5 2.0 GSL(21.0)·K7 3.0 LPG(17.9), 르노삼성 SM3 1.6 GSL(15.9), 미쯔비시 ECLIPSE(70.7), 벤츠 E350 GSL(25.4) 등이다. SM5 GSL의 경우 전혀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차종일수록 배출되는 가스 양이 많아서 일산화탄소 유입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시험은 차 실내 공기조절장치 스위치를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 내부순환 상태에서 시속 100~140km로 30분간 급가속 및 급감속을 반복하는 주행 상황을 재현했다. 시속 80km 이하에서는 배출가스 실내 유입이 미미했고,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 외부순환 상태에서는 일산화탄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일산화탄소가 유입되는 것은 배기구에서 고속 주행에 이한 공기 소용돌이가 발생하면서 트렁크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지난 4일부터 트렁크 환기구 개선 등 무상수리 조치를 하고 있으며, 조치를 받은 차종은 일산화탄소 유입이 1.1~6.8ppm으로 줄었다.
연구소는 향후 의료전문가 등의 자문을 구해 보다 구체적인 일산화탄소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한편, 국내 운행 중인 모든 차종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시정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주기적인 외부순환 모드를 사용한 환기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권해붕 자동차성능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해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동차 제작사들이 관심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