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1.07.07 14:00:00
올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전년比 57% 급증
"노후 자금 자식 기대지 않는다"..의식변화 반영
전문가 "주택연금 급증에 따른 리스크 관리 필요"
[이데일리 이준기 송이라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윤득남 할머니(76세·가명)는 그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외손자의 대학등록금 문제로 딸과 사위가 거의 매일 다투면서 걱정이 태산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딸이 매달 보내주는 50만원의 용돈도 부담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 날 TV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공무원이나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도 매달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며칠 고민 끝에 그는 곧바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윤 할머니의 주택가격은 3억8200만원. 윤 할머니는 주택연금 중 2000만원을 현금을 미리 받아 딸에게 건네주었다. 매달 140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 윤할머니는 "이제야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택연금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보유중인 집 한 채를 맡기고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는 주택연금, 이른바 정부보증 역모기지론이 중장년층의 `노(老)테크`수단으로 정착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치솟는 물가와 각종 교육비 등으로 등골이 휘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자금을 자식들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중장년층의 변화된 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주택연금 수령액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연금에 가입하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주택연금 신규 가입건수는 1336건, 금액(보증공급액)으론 1조83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9건, 1조3042억원에 비해 가입건수로는 57%, 보증공급액 기준으로는 41% 증가한 셈이다.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출시 첫해 가입건수 515건, 보증공급액 602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8년 695건 8633억원 ▲2009년 1091건 1조7067억원 ▲2010년 2016건 3조361억원 등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찬년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은 "최근 주택연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따라 주택연금 가입을 저울질 하던 노인들이 감정가액이 떨어지기 전 하루라도 더 빨리 가입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고 보유주택 외에 마땅한 노후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주택연금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주택연금에 대해 장미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주택연금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리스크관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연금이 계속 늘어나 가입자수가 지금의 10배에 이르면 보증공급액은 6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며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결국 국가 전체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다행히 금리도 내려 손실률을 상쇄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주택연금보증기금의 재원확보와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위험관리의 강화, 보증수수료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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