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05.09.16 15:20:20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우리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부동산시장은 풍요로움의 여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8.31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시장은 짙은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석이후 8.31대책의 파장이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몰아닥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산업부 부동산팀 이진철 기자가 추석이후 부동산시장에 나타날 변화에 대한 바람을 전합니다.
8.31부동산대책을 전후해 부동산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부동산 재테크 투자자도, 무주택 내집마련 수요자도 모두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계산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강화, 1가구2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규제, 가격상승 기대감 상실 등 여러가지 악재로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이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8.31대책은 가장 먼저 부동산 부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책이 발표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인 서울 강남권에는 재건축 등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뚜렷한 집값하락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책이 약해서가 아니라 어떤 물건을 언제 팔아야 할지, 아니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은지 손익분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일부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곤 8.31대책으로 일반 서민들의 부담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 1채가 전 재산이거나 앞으로 내집마련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던 수요자의 환경이 좋아졌다고 확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이들도 8.31대책 이후 부동산자산의 미래 투자가치가 적어진 만큼 앞으로 집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죠.
고향에 부모님이 부동산을 가지고 계셔서 도시생활이 든든했던 자식들은 어떨까요. 토지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면서 지금 부모님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매나 상속, 증여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지 가족들과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8.31대책으로 매매가 위축되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일부지역의 전셋값 상승 소식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세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온 세입자들은 추석이후에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될 경우 전셋값을 올려줘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불안한 상황입니다.
부동산이 투기수단으로 전락해 가격폭등이 나타나지 않는 전제에서 적절한 수준의 집값상승은 서민 경제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오른 집값의 차익을 보태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자녀들의 미래나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추석은 그동안 부동산을 투기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나 이와 무관했던 서민들 모두에게도 부동산에 대한 시각과 방향을 변화시키는 대세전환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각에선 추석이후 부동산시장이 급격한 침체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음력 8월 추석의 보름달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부동산이 투기적 불로소득의 수단이 아닌 서민들의 가계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모습으로 달라지길 바래봅니다. 추석이후에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부동산문제에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혀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