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비자 없이 상하이 가는데, 중국인 무비자 가능할까
by이명철 기자
2025.02.08 11:30:03
우 의장, 시 주석 만나 “中의 비자면제 상호우호” 평가
“관련부처 깊이 검토” 중국인 비자 면제 가능성 시사해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검토, 전체 무비자는 역풍 우려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개별 면담하며 적극 외교에 나섰다. 국내 국정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와중에 국회 차원에서 한국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우 의장은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하는 한편 중국 내 한류 콘텐츠는 물론 비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함에 따라 후속 조치에 관심이 높아졌다.
| 중국 상하이 홍차오역이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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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의장실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우 의장은 지난 7일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하얼빈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우 의장은 이날 시 주석이 동계 아시안 게임에 참석한 지도자들 대상으로 마련한 오찬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후 시 주석과 따로 만나 회담한 것이다. 당초 회담 시간은 15분으로 예정됐으나 이를 훌쩍 넘긴 40분 이상 이야기가 오갔다.
우 의장과 시 주석의 면담은 구체적인 시기는 물론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엠바고(보도 유예)가 걸릴 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다. 다만 우 의장은 6일 베이징 기자 간담회에서 시 주석을 만나게 된다면 한한령 해제, 안중근 의사 유해 송환 등을 요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 전날 시 주석을 만난 우 의장은 중국 내 한국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기를 바란다며 한한령을 에둘러 표현했고, 안 의사 유해 송환도 요청했다. 시 주석도 이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40분 가량을 할애해 국가 정상도 아닌 우 의장을 만나 환대한 것은 최근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심해질 것을 대비해 한국·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 등에 유화적 손짓을 보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단행한 한국인 무비자(비자 면제)는 대표 사례다. 지금까지 중국에 여행을 가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30일까지 비자 없이 중국 방문이 가능해졌다.
이번 회담에서도 비자 면제는 화제가 됐다. 우 의장은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사증 면제(비자 면제)는 상호우호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한국도 관련 부처가 깊이 검토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의 발언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조치를 했으니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통상 비자 같은 국가 고유 권한의 경우 상호주의가 바탕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 먼저 일방적으로 비자를 면제한 만큼 답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 의장은 베이징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비자 면제에 상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올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관련해 “그 기간만큼 임시 조건으로 비자를 푸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우원식(왼쪽)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중국 하얼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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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인은 한국에 오려면 기본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일단 현재 관광지인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들도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크루즈를 타고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경우 비자를 면제하고 있다.
우 의장이 언급한 방안이 무엇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제주도처럼 일부 지역에 국한한 비자 면제가 될 수도 있고 단체 관광객에 대해서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범 사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관광객이란 말 그대로 개별 입국하는 여행객이 아니라 여행사 등을 통해 단체를 만들어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단체 기준이 까다롭지는 않다. 중국에 있는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실제 같은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4명만 모여서 신청하면 단체관광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개별 비자를 받기보다 단체관광객으로 적용되는 것이 훨씬 간편해 중국인 관광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인 전체에 대한 비자 면제 방안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내에서 중국인 불법 체류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 요즘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는 무비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자 면제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역할인 만큼 국회의장의 발언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우 의장은 6일 간담회서 “지난해 12월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조만간 대책이 나올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