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나간 60대 치매환자 저체온증 사망…요양원장 등 집행유예

by이재은 기자
2024.10.05 15:43:37

환자, 평소 밖으로 나가려고 자주 시도
法 “환자 돌볼 적절한 수 직원 안 갖춰”
“피고인 잘못 없다는 태도 일관 등 고려”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주의의무 등을 다하지 않아 요양원을 빠져나간 치매매환자를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한 요양원장 등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진=이데일리DB)
청주지법 형사6단독(조현선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원장 A(62)씨와 요양보호사 B(64)씨에게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1월 11일 오후 4시 50분께 지적장애를 가진 치매환자 C(60)씨가 잠금장치가 없는 요양원 건물 지하 1층 출입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가 저체온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같은 날 오후 9시께 요양원에서 약 150m 떨어진 논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C씨는 2021년 12월 7일 요양원에 입소한 뒤 “엄마가 보고 싶다”며 출입문 손잡이를 여러 차례 흔드는 등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사고의 예견 가능성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외부로 나갈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평소보다 철저히 관찰해야 하며 출입 통제를 위한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잠금장치를 설치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전혀 제한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 요양원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적절한 수의 직원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책임이 무거움에도 잘못이 전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점,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