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는 만악의 근원"…에르도안 재선에 리라화 사상 최저
by김상윤 기자
2023.05.30 09:36:30
기존 경제정책 고수 전망…인플레에도 저금리 유지
튀르키예 증시 추종 ETF…5여년 만에 최대 매도세
모건스탠리 "단기간 26리라까지 추락..연말 28리라"
증시는 4% 이상 반등…"새 경제팀 부양책 기대"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이 성공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초고물가와 경제난을 초래한 저금리 정책과 중앙은행에 대한 개입 등 비정통적 경제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키시클리 지역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후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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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확정 다음 날인 29일(현지시간) 오후 종가 기준으로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20.10리라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대비 0.6%, 올해 초보다는 7%가량 오른 수치다.
2018년 상반기만 해도 달러당 5리라 아래에 머물던 리라화 환율은 2021년 달러당 10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리라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저금리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펴는 경제정책은 현재 서방 국가들이 펴고 있는 전통 경제정책과 결이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아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등 과도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고금리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종교적 신념을 앞세워 중앙은행장을 교체하는 등 비상식적 경제정책을 펴 서방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저금리를 통해 생산과 투자,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해 물가를 낮춘다는 전략이지만, 최근 수년간 튀르키예 경제는 유례없는 고물가와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튀르키예 은행들의 주가는 대선 1차 투표 이후 20% 이상 폭락했고,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200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26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터키 증시를 추종하는 iShares MSCI 튀르키예 ETF에서는 3100만달러의 순매도가 나왔는데, 이는 2018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로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같은 비정통적 경제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CNN인터내셔널과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내 말을 확인해보라. 금리와 함께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선에서 승리한 직후에는 “누구나 이것(물가낮추기)을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8.5%까지 내려갔고, 우리는 곧 물가가 내려가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경우 달러화 대비 리라화는 단기간에 달러 대비 26리라까지 치솟고 연말까지 28리라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튀크키예 증시의 BIST100지수는 이날 전날 대비 4.4% 상승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새 경제팀을 꾸려 경제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