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는 바닥인데 BDI지수는 1000 돌파..왜?

by하지나 기자
2023.03.12 16:00:12

BDI지수, 한달새 530→1379포인트..260% 올라
계절적 요인에 철광수요 개선 등 中 리오프닝 기대감 반영
SCFI지수, 906.55로 9주째 하락..인도량도 부담
HMM 올해 영업익 컨센서스, 전년비 80% 감소 전망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달 530선까지 곤두박질쳤던 벌크선 운임지수가 한달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비수기인 겨울을 벗어나면서 벌크선 운임의 상승 곡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의 경우 900선이 위태롭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 반등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발틱운임지수(BDI)지수는 지난 10일 기준 1379포인트로 15일 연속 상승하며 전주 대비 20.4% 올랐다. 한달 전 보다는 126.8% 상승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BDI 지수는 철강·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BDI는 지난달 16일 530포인트까지 떨어지며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이어진데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철강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다. 그러다가 한달만에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동절기에는 건설 수요가 줄어들어 벌크선에게는 비수기에 해당한다”면서 “건설 수요가 회복되고 남반구 곡물 출하 시즌이 시작되는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BDI 지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과 유럽을 오가는 곡물 수송 노선과 브라질과 중국을 오가는 철광석 운반 노선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도 운임지수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포인트로 2012년 4월 이후 가장 높았으며 철강 PMI도 50.1포인트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50포인트를 넘어섰다. PMI가 50을 웃돌면 기업들이 향후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BDI 지수 상승이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철강 및 철광석 수요 개선의 주 요인은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을 위한 추가적인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시장 전망 대비 보수적인 5% 내외로 제시하고 부동산 정책도 ‘부양’ 보다는 ‘부실 방지’에 초점을 두면서 향후 물동량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또다른 경기 선행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지난 10일 906.55를 기록하며 9주째 하락했다. 지난 2월 초 32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인 1000선이 붕괴된 이후 이제는 900선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양 연구원은 “올해 5월 상당수의 장기 운송 계약을 만료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선사들이 선복량을 조절해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물동량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운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히 초대형선이 많이 배치돼 있는 유럽쪽이 계속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과거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호황기 시절 발주했던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내달부터 늘어나면서 해상 운임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리서치 전문기관 MS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71만7900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력 선박에 따라 올해 해운사들의 실적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경기 침세 우려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반면 대표적인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경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80% 가량 줄어든 2조74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