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꺼내든 최태원 회장…“기업 가치 높일 새로운 전략 필요”

by박순엽 기자
2022.10.23 15:39:53

SK그룹, 3일간 제주에서 ‘계열사 CEO 세미나’ 열어
최태원 회장 “새 해법 찾으며 위기 후 도약 준비해야”
지정학 위기·거시경제 지표 점검…영향·대비방안 논의
조대식 의장 “독보적 경쟁력으로 ‘경제적 해자’ 갖춰야”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기회로 삼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2022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Transition)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힘줘 말했다.

이는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이어지는 등 경영에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위기 속 최 회장이 꺼내 든 전략을 함축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은 데이터 기반 경영 전략 실행과 함께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해왔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 중 폐막 연설을 통해 그룹 내 CEO들에게 선제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도 기업 가치를 높일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20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란 화두를 던진 이후 줄곧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할 것을 강조해왔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고객, 투자자,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전략이다.

특히, 최 회장은 올 6월 ‘2022년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했다”며 경영진에게 기업 가치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 시스템으로 나아가도록 경영진들에게 강하게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최 회장은 “ESG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CEO들에게 요구했다. 또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data) 기반의 경영 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데이터를 다루는 각 사 최고재무책임자(CFO)기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각 계열사에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에 참석해 경영 시스템 혁신에 관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이번 세미나에서 SK그룹 CEO들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CEO들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에 CEO들은 그동안 추진해 온 ‘경영시스템 2.0’ 구축,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등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자고 뜻을 모았다. 경영시스템 2.0은 최 회장이 지난 6월 재무 성과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 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각 계열사가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그는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1위 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하며,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미래 성장 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이어 “경쟁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경제적 해자(垓子)’를 갖춘 기업만이 장기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회사별로 이른 시일 안에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보완해 기업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 기간 CEO들은 △경영시스템 2.0 구축과 연계한 SKMS(그룹 고유의 경영철학과 방법론) 업그레이드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이사회 역할·역량 강화 △203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방안 등도 논의했다.

SK CEO들이 지난 20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 참석해 경영 시스템 혁신에 관한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