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라인몰만 훨훨…"대형마트 의무휴업 풀어줘야"

by이성웅 기자
2020.03.01 13:40:38

체인스토어협회, 산업부에 한시적 규제 완화 요청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생필품 절실한 소비자들 난감
온라인으로 수요 몰리며 수급·배송 지연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소비자와 업계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무휴업으로 인해 생필품·식료품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물량도 달리고 배송까지 지연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울산시의 한 슈퍼마켓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울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생필품 확보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든가, 휴업일 배송이라도 허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산업통산자원부에 ‘국가 비상시국의 방역·생필품 등 유통·보급 인프라 개선 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는 산업부에 보낸 건의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의무휴업일(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확보하기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실제로 의무휴업일이 아닌 1일에도 이마트의 당일배송 시스템 ‘쓱배송’은 2일까지 배송 주문이 마감돼 있었다. 3일 이른 시간도 마감이 임박한 상황이다.

의무휴업일이었던 지난달 23일에는 배송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물건을 제때 받기 어려웠다. 당장 오는 8일에도 의무휴업이 예정돼 있어 생필품 대란이 예상된다.

특히, 전체 확진자의 70% 이상이 몰려있는 대구·경북 지역 소비자들은 주말에 장을 보려면 대형마트가 아닌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장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서라도 손쉽게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온라인으로 수요가 몰리는 통에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쿠팡 같은 업체들은 상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일 배송 한계치를 넘어서는 주문량에 상품을 조기 품절시키고 있다.

1일 이마트몰에서 당일 배송 상품 주문을 시도하자 배송이 2일까지 마감돼 있다.(자료=이마트몰 캡처)
지난달 19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 쿠팡 주문량은 평소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비자 불편만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선 생필품 대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오프라인 매장에선 라면이나 생수 등 주요 품목들이 남아돌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라면 등 생필품 수요가 전체적으로 늘어 현재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재기가 기승을 부린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대형마트를 가보면 주요 라면 재고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건의서에서 “(현 시국에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배송 확충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는 대규모 유통 인프라와 온라인 주문·배송 시스템이 지역별로 구축돼 있어 안정적인 물품 보급과 체계적이 배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손쉽게 생필품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대형마트인데 의무휴업 규제가 배송까지 막고 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