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6.02.05 09:45:08
국제성모병원 김선현 교수, “법령 실행 전 적극적이고 섬세한 보완 작업 필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지난 1월 8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 일명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미리 밝혀둔 자신의 뜻(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나 가족의 합의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은 의사 2명이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인이나 가족의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투석,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물과 영양분, 산소를 공급해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끔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두고 있다.
이는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 나이를 잘 먹는 웰에이징(Well-Aging)에 이어 하나 뿐인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맞이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웰다잉(Well-Dying)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삶과 죽음’, 그 이분법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죽음의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웰다잉법은 환자, 보호자 혹은 가족들, 의사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법으로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9명이 연명치료를 원치 않고 있었다.
보호자 혹은 가족 입장에서는 환자가 평소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의사표시를 해 왔던 환자의 뜻을 존중하여, 되도록 편안하고 의미 있는 마지막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선현 교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또한 의학적으로 소생이 불가능하고 연명치료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돼 연명치료를 중단하였을 때 살인방조죄 등이 적용되거나 하는 경우는 최소한 없을 것이므로,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을 법적인 측면에서 존중해주는 제도라고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웰다잉법의 정식 명칭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안에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내용과 함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웰다잉법이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호스피스가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7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보험급여를 받게 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서비스를 받고는 있다. 그러나 국내 호스피스 병상 수는 1,000여 병상, 이는 전체 말기 암 환자가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이다. 그러나 병상 수 확충에만 매달려, 질이 떨어지는 병상을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인식으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기암환자 외에도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비암성 질환도 점차 확대될 것이기에 이러한 질환들에 대한 이해 및 시설의 확충들이 필요할 것이다.
웰다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삶의 마무리를 원하지 않게 하지 않도록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 첫 법률적 시도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또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지원을 하는 제도적 장치가 법적으로 확립된 것도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제적인 이유로의 연명의료 중단 등, 이로 인해 야기될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2년 후에 법령이 실행되기 전까지 철저히 조사되고 하나하나 지혜롭게 해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