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5大결산)①집값급락·거래두절
by김자영 기자
2008.12.15 13:10:03
`분당·용인` 13~14% 곤두박질..버블세븐 `수모`
강남3구 1만9841건→6164건→5600건 거래량 급감
[이데일리 김자영기자]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팔려는 집은 안 나가고…"
올초만 해도 부동산규제 완화 공약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시장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시장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줄기차게 내놓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작년 초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세는 올들어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국제적 경기침체라는 불안요소까지 겹치자 주택 매수세도 크게 줄어 집값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지난 2006년까지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서울 강남3구 등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은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두절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송파·서초·양천 및 경기 분당·용인·평촌 등 버블세븐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말 3.3㎡ 2107만원에서 12월 현재(12일기준) 1913만원으로 떨어졌다. 3.3㎡당 평균 194만원, 9.2%가 하락한 것이다.
이들 지역 가운데서도 분당과 용인은 각각 14.0%, 13.6%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을 거치며 신도시 개발에 따른 후광효과로 급등했던 곳이다.
송파구와 강남구의 하락세도 눈에 띄었다. 송파구는 1만8000여가구나 몰린 `입주 폭탄` 영향까지 받아 아파트가격이 10.6% 떨어졌다. 작년 말 3.3㎡당 2530만원이던 평균 매매가는 현재 2263만원까지 하락했다. 강남구 역시 작년말 3503만원이던 3.3㎡당 매매가격은 현재까지 350만원 가까이 떨어져 3168만원에 머물러 있다.
이밖에 목동 신시가지가 있는 양천구는 9.6%, 평촌신도시는 8.6%, 서초구는 6.3%씩 떨어져 비버블세븐 지역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컸다.
특히 버블세븐 지역은 지난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을 받으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 향후 경기양상에 따라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0월 한달 간 송파구는 -3.23%로 가장 높은 하락률 보였고 이어 용인(-2.52%), 강남(-2.42%), 분당(-2.41%) 등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주요 아파트 가격은 고점대비 30~40%까지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은 2006년말 10억2500만원을 호가했지만 현재 7억5000만원선에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 35㎡형도 최고 6억5000만원에서 최근 4억4000만~4억50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집값 하락 속에서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 만큼 떨어졌으니 집을 사도 되겠다`는 판단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매매시장 성수기인 매해 10월의 거래량 변화를 보면 매매시장 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강남·송파·서초 3개구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2006년 10월 3703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같은 달에는 620건으로 전년보다 83.3% 줄어들었고 올해 10월에는 156건으로 다시 74.9% 줄었다. 2년전에 비해서는 20분의 1도 안된다.
연간 강남 3구의 거래량은 2006년 1만9841건에서 작년 6164건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10월까지 5600건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006년 57만7424만건에서 작년 42만6125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10월까지 33만6106가구로 작년보다 더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거래 위축에 대해 박합수 국민은행 PB 부동산팀장은 "매수심리가 위축된 데다 매도자와의 호가 차이도 커져 거래부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베스트공인 정명진 대표는 "강남에서는 매수세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태가 약 1년 반가량 지속돼 왔다"며 "올 하반기들어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는데 내년에는 더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올해처럼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경기 침체라는 외부 여건상 고가주택이나 중대형아파트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렵다"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야 양도세 완화책 등 규제완화 효과도 나타나고 거래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합수 팀장은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가격 하락의 기본적인 원인은 단기간 폭등에 대한 조정"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매수자들의 비관론이 대두됐고 내년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 매수세가 쉽게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집값이 많이 빠진 만큼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분석도 내놨다. 부동산114 대치공인 대표는 "지금 일어나는 투매현상을 보면 바닥에 어느정도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며 "주택가격은 조금 더 하락할 수 있겠지만 거래는 점차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