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미' 총통 선택…韓 반도체에 호재될까
by이용성 기자
2024.01.14 15:11:39
대만총통서 ''친미'' 라이칭더 당선
미·중 관계 ‘안갯속’…"갈등 격화 가능성 적어"
TSMC, 영향력 확대 전망…韓 반도체 전망은
"국내 반도체 산업 위축" vs "반사수혜 기대"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경제제재 강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의 TSMC의 향후 비즈니스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옴에 따라 증권가와 투자자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받을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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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개표가 끝난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40.05%로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49%)를 누르고 당선됐다. 대만에서 1996년 직선제 총통 선거가 도입된 이후 민진당이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한 셈이다.
애초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 일컫는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집권할 경우 단기적으로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당장 군사적 위협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제재 수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군사적 위협 등을 시작으로 한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선거에서 57.1%의 지지를 받았던 민진당의 득표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은 여전하다며 대만에 대한 통일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재차 밝혔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안 관계(대만과 중국 관계)가 바로 경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라이칭더 후보가 선거 공약에서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한 만큼 독자적인 독립을 추진하는 등 강경노선이 심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진투자증권도 “과거 대비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진 민진당이 중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는 어렵고, 적절히 위험관리를 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반도체 정책을 라이칭더 후보가 승계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글로벌 영향력도 확대할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대만 행정원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칩 주도의 대만 산업 혁신 방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산업에서의 혁신·인재 양성·기술 개발 가속화·해외 투자 유지 등 전략이 담겼다.
이에 TSMC와 경쟁에 나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라이칭더 후보가 반도체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적 기여도 제고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더 껄끄러워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반사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이 대만 반도체와 TSMC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양안 관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국내 반도체 산업 쪽으로 투자자금이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은 지난해 2월 41억 달러에 매입한 TSMC 주식의 86%를 이례적으로 일찍 매각했고, 같은 해 5월 TSMC의 지분을 더는 보유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버핏은 일본 니케이와 인터뷰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를 매각한 결정에 대해 양안 관계를 짚으며 “지정학적 긴장에서 비롯됐다”며 “TSMC는 잘 관리된 회사이지만 버크셔 해서웨이가 자본을 배치할 더 나은 장소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또한,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된 지정학적 요소와 반도체 등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한국은 반사 수혜가 가능한 입장”이라며 “민진당의 집권으로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