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틀면 물건 팔린다"…너도나도 달겠단 '디지털 광고판'

by김국배 기자
2023.05.07 17:46:10

'디지털 사이니지' 인기
택시 등 이동수단까지 범위 확대
매출 오른다 경험적으로 습득
입점 브랜드 많은 편의점 등에선 '입성' 전쟁
MZ세대에겐 광고 넘어 '엔터' 콘텐츠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 3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CJ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 중앙 계단을 둘러싼 벽면을 대형 스크린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로 20.3m, 세로 2.7m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디지털 광고판)’다. 스크린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광고가 1층과 2층을 오가는 방문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광고당 노출 횟수는 하루 평균 100회(15초 기준 1500초) 정도”라며 “월 10만명이 이 매장을 방문하는데, 디지털 사이니지에 광고를 노출하려는 입점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CJ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매장 내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디지털 사이니지가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로 주목받는다. 최근엔 매장뿐만 아니라 택시 등에까지 접목되며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올 초 전기차 충전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스크린 에브리웨어’ 시대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인기를 얻는 이유로는 브랜드·제품 홍보는 물론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에선 “영상을 틀면 물건이 팔린다는 학습 효과가 경험적으로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하면 매출이 오른다는 것이 의심이 필요없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약국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한 뒤 매출이 25% 늘었으며, 유명 신발 편집숍의 경우 사이니지 유무에 따라 20% 가까이 매출 차이가 발생했다고 내부 보고를 올린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 금상호 SK브로드밴드 B2B 기획담당은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사이니지 솔루션 가격이 저렴해지는 등 과거보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것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의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 ‘온애드’만 하더라도 지난해 이용 고객이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신발·뷰티 편집숍, 편의점처럼 입점 브랜드가 많은 경우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편성표에 ‘입성’하려는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사이니지에 외부 광고를 유치해 수천만 원의 수익을 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 담당은 “입점 브랜드가 많은 곳은 ‘디지털 사이니지’가 더 활발하게 돌아간다”며 “사이니지가 돈을 벌어주기 때문에 더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에게도 디지털 사이니지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광고 송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있다. 브랜드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 예고편, 아이돌 생일 축하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며 일종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한다. 예컨대 외국인 관광객들은 디지털 사이니지에 인기 아이돌의 영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공연장에선 스타와 인증샷을 찍는데 사이니지를 활용한다.

MZ세대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광고 콘텐츠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잘 만든’ 옥외 디지털 광고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바이럴(viral effect)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단순히 광고를 강제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에서 고객에게 체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고객과의 소통 방법이 보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오는 2026년 359억4000만달러(한화 약 47조69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5년 전인 2018년(197억8000만달러) 대비 2배 커진 규모다.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플랫폼(솔루션) 시장에선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가 IPTV와 네트워크 기술을 토대로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