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반대…관제사·환경미화원도 대규모 시위
by김상윤 기자
2023.03.08 10:04:23
정부 집계 128만명 시위 참여…시위주체자 350만명 주장
항공편 30% 취소, 지하철·버스·고속철도 운행 일부 차질
전력공사 파업에 원전 4·5기 발전량 줄어…전기공급 중단도
상원 법안 검토 시작…국민 연금개혁 찬성률 32%에 불과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연금개혁이 거센 국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노동자들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
|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제6차 시위에 128만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는 35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자체 집계했다. 지난해 말부터 석달 째 이어지는 시위 중 가장 큰 규모다. 철도노조부터 항공노조, 트럭운전사부터 도로 환경미화원까지 대부분 노동자가 시위대에 참여했다.
항공관제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최대 30%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대도시의 시내버스와 지하철도도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고속열차(TGV)는 5대 중 1대꼴로 운행했고 독일,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 주변국으로 가는 열차도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됐다.
교사들이 하루 동안 파업에 참여하면서 전국의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고, 정유공장 노동자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일부 주유소는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프랑스 국영전력공사인 EDF의 노동조합은 3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원전 4, 5기분의 발전량이 줄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파리, 리옹, 낭트 등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물대포를 분사하는 등 시위대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1년에 정년을 3개월씩 늘려, 2030년 64세까지 연장하는 방식이다. 연금 상한액을 수령할 수 있는 근로 기간도 42년 이상에서 2027년까지 43년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조기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연금 재정이 부실화되자 꺼내 든 고육지책이다.
연금 개혁법안은 현재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상원은 이달 12일 자정까지 정부가 제출한 원안과 함께 야당이 제출한 4700건이 넘는 수정안을 검토한다. 상원은 우파공화당(LR)이 장악하고 있는데 연금개혁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 여당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하원은 지난달 2주간 법안을 심의했지만, 이견이 많아 토론을 종료한 상태다.
26일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상 비상대권(긴급법률제정권)을 사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할 수 있다. 긴급법률제정권을 발동하면 하원이 정부를 불신임하지 않는 한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하원을 우회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이 불리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일간지 르 저널 뒤 디망슈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의 연금개혁 찬성률은 3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