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자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세포 관찰

by강민구 기자
2020.06.29 09:16:34

그래핀 이용...분자 단위 고화질 실시간 확인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살아 있는 세포를 실시간 관찰해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살아 있는 세포의 전이, 감염 과정들을 규명할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육종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영기 경북대학교 ITA 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살아 있는 세포를 실시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래핀 액상 셀을 이용한 샘플(왼쪽)과 일반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오른쪽) 이후 형광분석법을 통한 세포의 생존성 검증. 살아 있는 세포는 녹색 형광색을 보인다.<사진=한국과학기술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은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전이, 감염 과정을 분석하고, 신약을 개발하려면 바이러스의 미시적인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해야 한다.

바이러스를 비롯해 세포와 세포를 이루는 기관들은 일반적인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학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아 해상력이 높은 전자선을 이용한 전자현미경 기술로 관측한다.

하지만 전자현미경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선 강력한 진공 상태가 필요하고, 가시광선보다 수천 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자를 이용한다. 따라서 관찰 시 세포의 구조적 손상이 발생한다. 지난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 기술인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고정 작업이나 안정화 작업을 거친 표본만 관찰할 수 있다.



학계에선 온전한 상태의 살아 있는 세포를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분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이에 육종민 교수팀은 2012년 개발한 그래핀 액상 셀 전자현미경 기술을 응용해 전자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대장균 세포를 관찰했다. 이를 재배양시켜 전자와 진공에 노출됐음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이용한 그래핀은 층상 구조인 흑연에서 분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얻어내는 약 0.2 나노미터 두께의 원자 막이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강한 강도와 높은 전기 전도성이 있고, 물질을 투과시키지 않는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세포를 액체와 함께 감싸주면 고진공의 전자현미경 내부에서 탈수에 의한 세포의 구조변화를 막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그래핀이 전자빔에 의해 공격성이 높아진 활성 산소들을 분해하는 효과도 갖춰 그래핀으로 덮어주지 않은 세포보다 100배 강한 전자에 노출해도 세포가 활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육 교수는 “세포보다 더 작은 단백질이나 DNA의 실시간 전자현미경 관찰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생명 현상의 기작을 근본적으로 밝혀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달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