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기용 기자
2009.04.10 11:13:47
`합법적 도박판` 오명..벤처시장 제 모습 찾아야
소속부제 등 추진.."상승장서 빨리 도입해야 효과"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코스닥에 대한 정화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이제 투자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퇴출 실질심사제도 도입 및 관리종목 매매방식 변경과 함께 부실기업과 한계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그 동안의 투기적인 매매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당초 한계기업의 대거 퇴출 등으로 투자심리 악화가 우려됐지만 시장은 오히려 연일 상승랠리를 펼치면서 정화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지난해 평균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은 90.01%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개인투자자 비중이 93%를 넘어설 정도로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기관은 3.65%, 외국인은 1.9%에 그쳤다.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이 20%를 웃도는 코스피와 비교할 때 개인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때문에 그동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개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소위 `세력`에 의한 시세급변 종목을 뇌동매매하거나 호재성 재료에만 의존하는 투자를 반복해온 탓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은 지나치게 리스크가 높다"면서 "개인들의 경우 충분한 준비없이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코스닥 D사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한 투자자는 "코스닥에 대한 정화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스닥은 아직도 합법화된 도박판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제도를 한층 강화해 벤처투자시장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연못을 흐리는 기업들을 걸러내야 하는데 아직 퇴출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역동성을 한층 살릴 수 있게끔 진입장벽은 낮추고 퇴출은 더 엄격히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코스닥은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가진 벤처시장이어야 한다"면서 "횡령이나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그동안 실질심사제도 강화와 관리종목 매매방식 변경 등을 추진해왔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 소속부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소속부제란 1040여개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회사들을 프리미어(우수)와 비전(성장) 등의 그룹으로 구분해주는 것을 말한다.
소속부제가 도입되면 각 그룹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수를 개발할 수 있어 외국인과 기관들의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프리미어 지수`를 코스닥의 대표지수로 만들어 기존의 유명무실했던 스타지수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ETF지수로 활용토록 해 기관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소속부제를 도입하게 되면 프리미어지수를 ETF지수로 활용해 개인들을 장기투자로 유도할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코스닥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소속부제를 도입하면 좋은 기업과 덜 좋은 기업을 차별화해주는 잣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만큼 소속부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