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내년 대한통운 50~60% 감자"에 무게

by이태호 기자
2008.03.14 11:45:12

"3조5000억원 이상 유상감자재원 활용 가능성 커"
대한통운 주식 관련 금융상품 만기도 1년6개월로 끊어
"골드만삭스 등 대규모 차익 예상"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채권시장이 내년 대한통운(000120)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대규모 유상감자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정보에 민감한 채권시장의 이러한 전망은 대한통운의 새 주인 금호아시아나 측의 최종 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아울러 이러한 전망이 실현될 경우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대우건설(047040), 아시아나항공(020560), 금호렌터카, 금호P&B 화학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의 재무적 부담도 상당 부분 조기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금호종합금융 관계자는 "여러 금융기관과 논의해본 결과, 시장에는 대한통운이 전체 발행주식의 50~60%에 해당하는 유상감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호종금은 1000억원 이상을 투입, 오는 19일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발행하는 교환사채(EB)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측이 투입한 총 인수자금 약 4조1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 정도는 회사 정리채무 상환에 쓰이고, 1000억~2000억원 정도는 회사 내부적으로 사용되더라도 3조5000억원의 여유자금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돈의 대부분이 유상감자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면서 "총 금액을 예상 소각가격으로 환산하면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은 법정관리 하에 있던 대한통운의 신주 2400만주(발행 후 총 주식의 60%)를 4조1040억원에 인수키로 계약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기 때문에 인수자금이 고스란히 대한통운 내부에 유보되지만, 본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간은 유상감자를 실시하지 않기로 법원과 합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1년 뒤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당수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금호종금은 최근 설립한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 '허브제일차'가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최종 만기를 1년 6개월로 설계했다.
 
총 500억원 규모인 이 ABCP의 기초자산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교환사채(EB). 3년 뒤부터 대한통운 주식과 교환 가능하며, 대한통운의 유상감자 단행시 같은 비율로 '의무 조기상환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채권이다.
 
특이한 점은 3개월 만기로 총 6차례에 걸쳐 차환발행(롤오버)되는 ABCP의 합산 만기가 기초자산인 EB보다 훨씬 짧다는 것이다. 오는 19일 발행 예정인 이 EB(총 1조1520억원)의 만기는 5년으로 세배 이상 길다.
 
허브제일차를 설계한 금호종금 관계자는 "1년여 뒤 대규모 유상감자로 인해 절반 이상의 ABCP 기초자산(EB)이 상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만기를 중간에 끊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브제일차의 ABCP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EB 관련 상품들도 절반 이상의 중도 상환 가능성을 반영해 설계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시장의 애널리스트들도 대한통운의 대규모 유상감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측에서 높은 이자를 장기간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호아시아나 측이 은행들로부터 끌어 쓴 돈이 모두 해당 은행에 다시 예금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서 "금리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면 모를까, 이 돈을 일찍 회수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통운이 내년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할 경우, 골드만삭스 등 주요 구주주들도 상당한 투자차익을 챙기게 될 전망이다.
 
유상감자 가격은 통상 시가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산출된다. 지난해 8월 대우건설의 경우 시가(2개월, 1개월, 1주 가중산술평균의 산술평균가격)에 27%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발행주식의 4%를 매입, 소각했다.
 
2007년 말 기준 대한통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는 골드만삭스 계열 투자회사 트라이엄프. 보유 주식수가 414만8790주(최근 유상증자 실시 후 지분율 약 10%)에 달한다. 이밖에 STX팬오션(028670)이 약 235만주, 서울보증보험이 161만주를 들고 있다. 대부분이 현재 시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사모았다.